공정위 칼날 이번엔 롯데 겨냥..계열사 '통행세' 첫 제재

계열사 부당지원한 롯데피에스넷에 과징금 6억4900만원 부과

입력 : 2012-07-19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롯데그룹이 별다른 역할이 없는 계열회사를 유통과정 중간에 끼워 넣어 일종의 '통행세'를 챙기게 해 주는 방식으로 부당지원한 행위가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대기업 집단의 통행세 제재는 처음으로, 최근 SK그룹에 이어 계열회사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대기업의 부당내부거래에 공정위가 또 한번 칼날을 들이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롯데피에스넷(주)이 제조사로부터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직접 구매할 수 있음에도, 계열회사인 롯데알미늄(주)를 통해 간접 구매하는 방법으로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억49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피에스넷은 지난 2008년 10월 CD기 위주에서 ATM기 위주로 사업모델을 변경·확대, ATM기 제조사로 네오아이씨피(옛 네오테크)가 가장 적합하다고 롯데그룹측 최고 경영진에 보고했다.
 
그러나 보고중에 롯데그룹 신동빈 당시 부회장은 롯데기공(현 롯데알미늄)을 거래 중간에 끼워 넣을 것을 지시했다.
 
당시 롯데기공은 보일러제조 전문회사로 공사관련 채권 회수지연 등으로 유동성이 크게 악화, 단기차입금이 과다해져 부채비율이 5366%(산업평균은 469%)에 이를 정도로 재무상황이 좋지 않았다. 결국 롯데기공은 지난 2009년 1월 워크아웃 대상기업으로 선정됐다.
 
롯데그룹이 ATM 사업경험이 전혀 없었던 롯데기공을 거래중간에 끼워 넣게 한 것은 재무상황이 어려운 롯데기공에게 수익을 창출해주려고 했던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이에 따라 롯데피에스넷은 2009년 9월부터 현재까지 ATM기를 제조사인 네오아이씨피로부터 직접 구매할 수 있음에도, 계열회사인 롯데알미늄(전 롯데기공)을 통해 구매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이런 롯데피에스넷의 간접구매 방식은 업계의 통상적인 거래관행과 완전히 배치된다.
 
통상적인 거래관행은 수요업체가 제조사로부터 ATM기를 직접 구매해 불필요한 유통비용을 절감하는 것으로 훼미리뱅크·한국전자금융 등 다른 경쟁사업자 모두 직접 제조사로부터 CD기 및 ATM기 등을 구매하고 있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롯데알미늄 기공사업본부는 중간거래를 통해 41억5100만원의 매출차익을 올렸다. 결국 아무런 실질적 역할없이 형식적 역할만을 수행하면서 중간마진을 챙겼다는 얘기다.
 
롯데피에스넷은 중간마진만큼 손해를 봤지만, 롯데알미늄은 지난 2008년 881억원의 당기순손실에서 2009년부터 흑자로 전환되는 등 재무구조가 현저히 개선됐다.
 
공정위는 롯데피에스넷의 부당지원행위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고 판단,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억4900만원을 부과했다.
 
신영선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번 조치는 대기업 집단의 '통행세' 사례에 대한 첫 제재로 단순히 거래단계만 추가해 계열회사에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부당내부거래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국장은 "앞으로 공정위는 대기업 집단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통행세 관행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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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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