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中企 위기극복? '직접금융시장' 활용이 해답!"

이수태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장

입력 : 2012-07-20 오전 9:00:33
위기라는 단어가 어느새 익숙해진 듯하다. 경제, 금융, 재정 등 어디에 붙여도 현 상황을 잘 표현할 수 있다. 최근에는 미국,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로 이어진 국가신용 강등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빚더미에 앉은 일본까지 위협하고 있단다. 2012년 역시 불안한 출발이다.
 
우리의 사정이라고 그다지 나아보이지는 않지만 그런 와중에도 우리나라 상위 10대 그룹의 경제력 집중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해 증시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과 매출액 비중이 전체 상장사의 절반을 훌쩍 넘었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매년 매출 비중이 오른 결과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도 증가는 그만큼 글로벌 경쟁력이 좋아졌다는 말이니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그러나 걸리는 구석이 있다. 중소기업은 동일한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그야말로 무장해제 된 상태로 놓여있기 때문이다. 엊그제 접한 ‘돈 줄 막힌 중소기업의 줄도산 우려’라는 기사 헤드라인이 우리 중소기업의 상황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측면을 살펴보면, 시중 금융기관의 대출 강화로 차입이 힘들어져 운영자금 조달이 매우 힘든 상황이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필요한 운영자금 중 90% 이상을 확보한 업체가 30%에도 못 미치고 자금의 50%도 확보하지 못한 업체가 20%에 달한다고 한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체계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우리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는 시중 은행권 등 은행자금이 80%를 훨씬 넘고 있어 가히 절대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이를 직접금융시장과 간접금융시장으로 나누어 살펴보더라도, 전체 중소기업이 직접금융시장인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비율은 2011년 기준 3.4%에 불과했다.
 
중소기업이 직접금융시장보다 간접금융시장인 은행을 통해 절대적으로 자금 조달을 하고 있는 상황이니 돈줄이 안 막히는 게 도리어 이상하다.
 
기업이 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힘들어진다. 이렇게 기업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인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못하니, 치열한 기업환경에서 우리 중소기업은 항상 싸울 무기가 부족한 것이다. 한 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그야말로 무장해제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작년 금융위원회 VIP 신년 업무보고 중 우리 중소기업의 직접금융시장 접근성 확대를 위한 두 가지 방안이 주목할 만하다. 먼저, 자본시장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소기업에 특화된 ‘중소기업주식 전문투자자시장’을 신규 개설이다. 프리보드시장이 역할에 충실하지 못해 직접금융시장 접근이 힘들었다는 판단에서다. 두 번째, ‘이노비즈기업’과 같은 기술우위 중소기업의 코스닥 상장을 활성화해 투자나 운영자금을 원활히 확보할 수 있도록 코스닥 상장특례를 운영한다고 한다.
 
자금조달 즉 금융지원에 관한 문제는 중소기업뿐만이 아니라 중견기업, 대기업할 것 없이 기업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과거에도 이런 문제의식을 통해 프리보드시장이나 벤처기업 상장특례와 같은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크게 다를 바는 없다.
 
하지만 중소기업 자금조달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에서 그 대상을 특화시켜 전향적으로 상장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기업인의 눈으로도 대단히 시의적절해 보인다. 아무래도 은행자금 이외의 수단인 정책자금이나 벤처투자 등이 벤처기업과 같은 창업기업 위주로 진행되다보니 창업기업과 중견기업 사이에 있는 중소기업의 자금 상황은 더 어려웠다.
 
향후 기업 경영의 필수적인 자금 조달을 위한 체질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중소기업의 중견기업, 나아가 대기업으로의 단계적인 성장은 요원한 일이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중소기업을 위한 직접금융 확대책이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사기 떨어진 중소기업의 반가운 지원군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노비즈협회도 이노비즈기업과 회원사를 대상으로, 코스닥 상장지원 시스템 구축과 후보기업 발굴, 그리고 효율적인 전문투자자시장 활용이 가능하도록 필요한 지원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중소기업 역시 노력이 필요하다. 은행 앞에서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기술과 혁신 그리고 품질이라는 기업성장의 3박자를 고루 갖춰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의 숨통을 틔우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이수태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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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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