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지욱기자] 지난해부터 줄곧 이어진 '안철수 열풍'이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이른바 '안풍(安風)'의 실체가 어떻든 주식시장에서는 확실히 대세다. 지난해 9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의 출마설이 나오기 직전 3만원대 머무르던
안랩(053800)(과거 안철수연구소)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4배 이상 급등해 12만원을 상회하고 있다. 물론 현재는 전 고점을 밑돌고 있지만, 대선에 나올 듯 말 듯 '밀당'을 하는 듯한 그의 행보에 주가는 투자자들을 현혹할 만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그런 그가 매우 적확한 타이밍에 책을 냈다. 바로 요즘 서점가에서 없어서 못 판다는 '안철수의 생각'이다. 갑작스런 책 출간이 이뤄졌던 그 주 주말, 서울 광화문의 한 서점을 찾았다. 대형서점의 중앙 통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안철수의 생각'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주변에는 한권씩 집어 들고 속독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지만, 서점에서의 '안철수의 생각'은 언론과 정치권의 호들갑만큼 엄청나진 않았다. 생각보다 얇은 책, 큼직한 글자 크기에서 깨나 바삐 만들어냈다는 첫 인상이 느껴져 실망한 것도 사실이다.
기자 출신인 제정임 세명대학교 교수와의 대담 형식으로 엮어진 '안철수의 생각'은 의사이자 프로그래머, CEO, 교수, 시민단체와 각종 정부 위원회 활동을 거치면서 사회 곳곳을 들여다 본 안철수 교수의 2012년 대한민국 진단서였다. 그간 그의 행적만큼이나 그의 생각은 역시 '낮은 곳'을 향해 있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고 자살률과 세계 최저 출산율로 요약되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에게 많이 아프고 또 치료가 필요한 세상이었다. '좋은 말은 다 써 있다'는 한 네티즌의 평처럼 복지, 정의, 평화라는 키워드는, 하루하루 생존해내고 있는 우리네들에게 다소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지금, 반드시 풀어나가야 할 우리들의 숙제이기도 했다.
정치 아마추어라는 일부의 비판이 무색할 만큼 기대보다 깊고 넓은 통찰력을 엿볼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대해 논하는 책 전반보다는 <맺음말>에서 청년들에게 주는 짧은 위로와 조언이 더 편하게 와 닿았던 점은 지금 시점에서 오히려 아쉬움이었다. 꽤 빠른 속도로 읽혔던 책을 덮으면서 누가 대통령이 될지는 전혀 걱정이 되지 않았다. 갖고 태어나지 않고서는 살기 너무 어려워진 대한민국에서 국민들은 도대체 누구를 믿고, 누구와 함께, 이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야하나 싶어 눈앞이 캄캄해졌다. 적어도 앞으로 5년은 지금보다 좀 더 행복해져야 하지 않을까. 올 연말 투표장에 나설 당신의 생각은 어떠하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