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국내 TV 제조사들의 저력이 실적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영업이익 부문에서 성장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반면 '왕년의 강자'였던 일본 기업들은 삼성과 LG에 밀린 채 TV시장에서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의 2분기 실적발표가 마무리 된 가운데, 글로벌 평판TV 시장에서 점유율 5위인 파나소닉은 지난 31일 1분기(4-6월) 순이익이 128억엔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3분기 이후 6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 % 감소한 1조8144 억엔이었다.
하지만 실적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삼성·LG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평면TV와 반도체 부문의 구조조정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이다. 파나소닉은 올해부터 TV 부문을 정상화할 목적으로 일부 공장을 폐쇄하고, 3만6000명 규모 인력 감원에 나서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우 TV 부문이 포함된 소비가전(CE)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2조1500억원과 76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7%, 영업이익은 66% 증가했다. 선진시장에서는 프리미엄 제품을, 신흥시장에서는 지역 특화 LED TV를 판매하는 투 트랙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HE(Home Entertainment) 사업부의 매출액은 5조4784억원, 영업이익은 216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5.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21%, 이익률은 2.3%포인트 개선됐다. 시장침체 상황에서도 LCD TV 판매량이 1분기 대비 3%, 전년 동기 대비 5% 늘어난 덕이다.
한·일 양국 제조사의 명암은 점유율을 통해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평판TV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26%), LG전자(14.6%), 소니(9.4%), 샤프(6.5%), 파나소닉(5.3%)의 순이었다. 실적과 점유율 모두 국내 기업의 승리인 셈이다.
이같은 격차의 원인은 양국 제조사의 생산 체계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데 있다.
소니와 파나소닉 등은 수탁 제조서비스(EMS)사와 협력하는 '수평 분업' 구조인데 반해 삼성과 LG는 '수직통합'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제품개발에서 부품제조, 조립, 판매 등 전 분야에 걸쳐 계열사의 역량을 집중시켜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한 것이다.
일본의 한 언론은 TV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긴 근본적인 이유로 수직통합의 부재를 지적하며 "일본 가전 업체들이 오랫동안 히트 상품을 내지 못했던 것은 목표와 수단을 서로 공유하고, 논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부사장(CFO)도 지난달 26일 열린 실적 발표회에서 "국내 TV 제조사들이 일본 업체에 비해 우위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자사의 패널 업체와 긴밀한 협업관계를 맺고, 제품 설계와 개발 등을 빠르게 진행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 선도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것도 한국 기업들이 가진 장점 중 하나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바로 삼성전자가 지난 2006년 출시한 '보르도' 시리즈다.
삼성전자는 당시 블루와 와인 컬러를 제품 하단에 적용한 LCD TV를 출시하며 디자인과 두께 경쟁에 불을 지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2012 CES 전시회'에서 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선보이며 연내 양산을 공언했다. 반면 소니와 파나소닉은 2013년 양산기술 확립을 목표로 OLED 패널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하는 등 한발 늦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일본 내부에서는 TV 부문에서 위상이 전만 못하다며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소니가 업계 최초로 평면TV를 생산하며 돌풍을 일으켰으나 LCD TV 시장으로 전환되면서 더 이상 발전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성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TV 제조사들의 선전은 새로운 제품을 먼저 출시하며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한 덕분"이라며 "향후 TV 시장이 스마트폰과 PC 등 다른 기기와의 연결성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부문의 협업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