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부동산 경기침체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담보가치인정비율(LTV) 상승에 따른 주택담보대출자들의 대출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이들에 대한 신용대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일시상환 대출은 59조9000억원, 올해 거치기간이 끝나 원금상환이 시작되는 분할상환 대출은 19조6000억원으로 총 상환액은 약 80조원에 달한다.
이 중 일시상환 대출은 대부분 만기가 연장돼 실제 원금상환 부담은 적다. 지난해 4분기 일시상환 대출의 만기연장률은 87.4%, 올 1분기는 91.1% 수준이다.
문제는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대출상환 부담이다.
글로벌 경기부진과 부동산 경기침체 등에 따른 주택가격 하락세가 LTV 상승으로 이어져 만기가 다가오는 주택담보대출자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전달보다 0.1% 하락했다. 수도권 매매가격은 0.4% 떨어져 9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국민은행의 최근 5년간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용인 수지(-21.2%)와 기흥(-15.4%), 과천(-20.6%), 성남 분당(-17.1%), 김포(-15.2%) 등의 아파트 가격이 급락했다.
LTV 한도를 초과한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지난 3월 기준으로 44조6000억원에 이른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금융감독원은 최근 시중은행 부행장들을 불러 LTV 초과 대출자들의 만기 상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토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만기연장 시 LTV를 초과하는 대출금을 일시에 상환받는 대신 신용대출로 전환하고 대출금 중 일부를 장기 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토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는 원리금 상환 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땜질식 처방일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금감원이 내놓은 신용대출 전환 대책 등은 갑작스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없으면 현재의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회복을 통해 가계부채 부담을 버틸 수 있는 개별 가계의 체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계소득 증가를 위한 방안 마련,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 마련 등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