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삼성정밀화학(004000)의 폴리실리콘 공장 건설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은 지난해 미국의 MEMC와 합작 법인을 설립해 내년 상반기 폴리실리콘 양산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으나, 양사의 이견이 커 생산 일정에 일대 차질이 예상된다.
6일 한국산업단지공단 울산지사 관계자 등에 따르면 삼성정밀화학의 폴리실리콘 공장 건설 공정률은 15%로, 부지 평탄화 작업을 간신히 끝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장 건설을 담당하는 건설사는 "현재 지하에 파일 심기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내년 상반기 완공은 힘들다"고 산업단지공단 관계자에게 통보했다.
더욱이 공장 건설과는 별개로 폴리실리콘 생산 기술을 안정화 시키는 '램프업' 기간만 최소 6~10개월 가량이 소요돼 관련 업계에서는 "계획된 일정 소화는 무리"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폴리실리콘 공장 건설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양사가 기술 이전을 놓고 팽팽한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삼성정밀화학과 MEMC는 합작 법인 SMP주식회사를 설립하고, FBR(Fluidized Bed Reactor) 공법을 적용한 폴리실리콘 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FBR공법은 폴리실리콘을 알갱이 형태로 생산할 수 있는 신기술이다. 전력 사용량이 기존 지멘스 공법과 비교해 낮을 뿐더러 공정 운영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등 원가 절감의 강점이 있다.
하지만 안정화 작업이 어려운 탓에 대부분의 태양광 업체들은 지멘스 방식을 이용해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이 MEMC와 손을 잡은 이유는 FBR 공법에 대한 기술을 이전받기 위해서였다. 때문에 양사는 합작사 설립 당시 삼성정밀화학이 공장 건설 등 현물 출자를 맡고, MEMC가 FBR 기술을 제공한다는 조건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MEMC가 입장을 바꿔 기술 이전을 거부함에 따라 공장 건설에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건설이 난항을 보이는 속사정에 양사 간 갈등이 내재해 있다는 얘기다.
특히 삼성정밀화학은 FBR 공법에 쓰일 장비를 도입할 때 정부에서 고도기술심사를 통한 세재 지원을 기대한 상황이었는데, 양측의 협의 내용이 무산되면서 면세 혜택도 누리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FBR 공법의 장비는 지멘스에 비해 설비 원가가 1.5배 이상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MEMC가 끝내 기술과 장비 이전을 거부할 경우 설비 원가에 대한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MEMC가 최근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등 경영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내년 상반기 양산을 불투명하게 하는 이유로 거론된다.
MEMC는 지난해 말 전세계적으로 20%에 이르는 1300명의 인력을 감축하고, 연산 6000톤 규모의 이탈리아 폴리실리콘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태양광 업계 일각에서는 업황 부진으로 인해 하반기에도 어려움이 지속될 걸로 보이는 만큼 올해 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한편 삼성정밀화학 관계자는 "FBR 공법을 두고 MEMC와 이견이 없다"면서 "폴리실리콘 공장 건설은 일정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고 공장 건설 지연을 부인했다.
폴리실리콘 양산 시기에 대해서는 "내년 연말쯤 폴리실리콘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며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