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주택 시장 장기 침체로 하우스 푸어, 렌트 푸어가 쏟아져 나오며 주거와 가계 자산의 붕괴 등 복합 불황 우려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취득세같은 부동산 부양책만으로는 상황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울러 돈을 빌린 사람의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채무 조정 프로그램의 도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부동산 침체 및 가계부채 대란 등 복합 불황 예방책’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만기 도래하는 주택담보대출이 최대 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단순히 만기 연장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에서 시도되고 있는 분양가상한제·양도세중과 폐지, 취득세 감면 등은 부동산 시장 환경 개선에는 긍정적이나 거시 경제 여건 불안으로 현재 상황을 반전시키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건산연 김연아 연구위원은 “현재 가계대출 연착륙 방안은 주로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서민금융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하우스 푸어 등 자산 보유 중산층 문제는 부동산 경기 및 거시경제 회복에 의존해 왔지만 점차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연령·소득 등 차주의 상황을 고려해 만기가 도래하는 주택담보대출부터 채무 조정 지원 프로그램을 점진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계부채가 단순 주택구매자금 대출이 아니라 생계형 대출까지 포함하고 있어 주택을 처분하더라도 부채 상환이 안되거나 거주 기반을 상실하는 주거 불안까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상환능력을 담보할 수 있는 30~40대의 경우,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채권을 주택저당증권(MBS)으로 유동화 해 장기 고정 모기지 대출로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차주가 실직한 경우 일정 기간 동안 모기지 페이먼트를 일정액까지 감면해주는 조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30~40대들의 주택담보대출의 채권은 비교적 리스크가 적으므로 국내 연기금들의 장기 투자 대상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연기금들은 극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채권 비중을 높이고 있으나 수익이 계속 악화되는 등 적정 장기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어 구조화된 주택저당증권은 시중 흡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50대 이상의 차주에 대해서는 소유 주택에 거주하는 조건으로 소유권의 일부 혹은 전부를 금융기관에 매각하는 채무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0대 이상의 경우 장기 대출로 전환한다고 해도 지속적인 근로 소득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소유 주택의 처분을 통해서만 대출금 상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차주는 주택 처분에 따른 주거 불안을 해소할 수 있고, 금융기관들은 임차 공실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밖에 다중채무자의 경우 제1금융권은 물론 제2금융권의 고금리 후순위 대출을 더 저렴한 금리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유암코같은 부실 주택담보대출 채권 처리를 목적으로 하는 자산관리 기구를 설립해 차압 위기에 처한 주택을 임대로 활용할 것을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