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기대수명은 늘어나는 반면 은퇴 시기는 오히려 앞당겨지는 상황에서 연령대별 체계적인 노후 준비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교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젊은 세대들은 퇴직연금 제도를 통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은퇴를 목전에 둔 50대 이상인 퇴직금 세대들은 자산을 지키는 동시에 현금흐름을 창출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퇴직연금세대 20~30대..수익보다 소비습관이 중요
우선 20대의 은퇴설계 핵심은 올바른 '소비습관'이다. 사회초년생은 분수에 넘는 지출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당장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무분별한 소비 습관은 장기적으로 안정된 노후를 가로막는 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새롬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경제적 소득에 비해 지출횟수 및 규모가 큰 만큼 은퇴설계에 무리하게 저축을 늘리기보다는 사소한 지출습관부터 고쳐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가계부를 쓰거나 자신의 지출내역을 꼼꼼히 살펴 돈이 새나가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20대는 무엇보다 복리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4000원 하는 커피를 하루 한 잔 씩 아끼면 한달에 12만원. 이 돈을 30년 동안 기대수익률 6%인 연금에 가입하면 1억3000만원까지 모을 수 있다. 이른바 '까페라떼' 효과다.
▲연령에 따라 수입·지출 구조가 다르기때문에 이에 맞는 은퇴설계가 필요하다
30대의 경우 노후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최적의 시기로 은퇴설계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결혼과 출산 등 가정을 이루는 과정에서 목돈 지출의 부담이 높기 때문에 은퇴 설계에 있어 '부채'는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부분이다.
김태우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연구원은 “자녀가 있는 경우 30대에는 부담이 크지 않지만 40대 이후 들어갈 교육비 지출을 사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학자금 등 개별 용도에 대비해 자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은퇴설계 마지노선 40대.."당장 연금 가입하라"
40대는 고정 지출과 수입이 동시에 늘어나지만 동시에 조기은퇴의 위험도 높아지는 시기다. 노후자금을 꼭 지켜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노후대비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인 자녀교육비를 과다하게 지출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소득의 40%는 은퇴 준비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만일 연금 상품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한시라도 빨리 연금에 투자해야 한다. 40대는 충분한 연금 투자기간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기 때문이다.
한정 삼성증권 은퇴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은퇴 시점과 국민연금 수령 시점의 공백기에 대비해야 한다"며 "연금 상품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당장 가입하고 중간정산 퇴직금을 받았다면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묶어두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 40대 이후부터 은퇴준비금 비중을 적극 늘려야한다.
◇퇴직금 세대 50대..실물자산 비중 줄이고 현금 확보해야
50대는 은퇴가 임박한 만큼 초조해지는 시기다. 이 때 은퇴설계의 핵심은 자산지키기와 현금 확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베이비붐 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퇴직연금이나 적립식 상품에 익숙한 20~40대와 달리 퇴직금 이외 충분한 노후자금이 없는 실정이다.
문제는 자산이 있는 경우라고 해도 부동산 등 실물자산 비중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50대의 경우 전체 자산에서 실물자산 비중은 80%에 달했다.
박주영 산은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부동산은 급할 때 현금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뿐 더러 요즘처럼 부동산 침체가 지속되는 시기에서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자칫 현금화에 차질이 생길 경우 곤궁한 생활을 영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노후 자금이 마련되지 않은 고령층에 대해 집을 담보로 한 주택연금 가입 등을 통해 매월 일정한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50대는 은퇴가 현실이 되는 시점이므로 재무설계 외에 비재무적인 노후 설계도 반드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설계소 소장은 “30년 이상 장기간이 될 수 있는 은퇴 생활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 현직을 떠난 뒤 정체성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