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지난해 치솟았던 물가상승률이 올 들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물가 수준은 계절과 상관없이 얼어붙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국제유가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면서 생산자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는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 왔다.
하지만 식품가 상승, 곡물가 급등,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 공공요금 인상 압력 등 여러 요인들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끌어 올리고 있어 하반기 소비자 체감경기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생산자·소비자물가지수 동반 '하락'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 2월 전년동기대비 상승률 3.5%에서 꾸준히 하락해 지난 7월 -0.1%를 기록했다. 전년대비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지난 2009년 11월 0.4% 하락한 이후 32개월만에 처음이다.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지난 12월 4.2%에서 지난 7월 1.5%까지 떨어졌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보통 한달 간격을 두고 생산자물가지수를 후행하고 있어 이번달 소비자물가지수는 0% 내외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출처 : 통계청
한은 관계자는 "최근 곡물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물가에 반영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여러 위험 요인에도 불구하고 물가 수준은 당분간 낮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수준은 그대로..장바구니 체감 물가 '꽁꽁'
물가는 떨어졌지만 소비자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지나치게 높았던 물가 덕분에 물가상승률이 하락한 것 뿐 물가 수준 자체가 낮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부터 정부 물가관리 탓에 억제되어 있던 요인들까지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다.
우선 가뭄과 폭염으로 인한 작황부진으로 채소와 과일 등 가격이 급등했다.
이마트는 시금치 가격이 한 달 전보다 120%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파와 홍고추 가격도 한 달 전보다 40% 정도 올랐다. 롯데마트에서 판매되는 상추 가격도 지난달보다 2배 올랐고 열무 가격은 한 달 전보다 70% 올랐다.
햇반, 라면, 콜라와 같은 가공 식품류의 가격도 올랐다. 정부의 물가관리로 억눌려 있던 가공식품 가격이 한꺼번에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최근 국제 곡물가 상승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달 옥수수 가격이 부셸당 8.25달러에 달해 기존 최고치인 7.87달러를 크게 웃돌았고 대두가격 역시 부셸당 17.58달러로 최고치인 지난 2008년 15.45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한은의 분석 결과 국제곡물가격이 가공식품에는 5∼10개월, 외식비에는 4∼8개월, 축산물에는 10∼20개월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올 하반기 이후에 곡물가가 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공공요금 인상과 국제 유가 상승 가능성 등도 있어 기대인플레이션은 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향후 곡물 가격 상승, 전기요금에 이어 계속될 공공요금 인상 등이 물가에 압력이 될 것"이라며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와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가양적완화를 할 경우 유동성 많아지면서 국제유가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실장은 "지난해 물가가 높았기 때문에 하락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피부로 느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 수준이 이 정도면 실질 구매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