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K-컨슈머리포트' 성공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

이름 변경보다 신뢰 얻어야 성공..예산·평가기준 다시 수립해야

입력 : 2012-08-13 오후 3:35:53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올 초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등장한 공정거래위원회의 'K-컨슈머리포트'가 얼마 전 이름을 바꿨다. 새 이름은 '비교공감'.
 
'비교공감'은 상품비교 정보 잡지로서의 의미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정보라는 뜻을 조합한 명칭이다.
 
그 동안 미국 컨슈머리포트를 흉내냈다는 비판이 많아 300만원의 상금을 내걸고 대국민 공모까지 해 바꾼 이름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소비자들의 뇌리에 K-컨슈머리포트가 조금씩 자리 잡아 가고 있었는데 또 다시 새문패가 걸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K-컨슈머리포트가 새 문패를 달고 난 뒤에는 제 역할을 톡톡히 잘해 나갈 수 있을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정보'라는 거창한 의미에 걸맞게 말이다.
 
K-컨슈머리포트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면 처음부터 순탄치 만은 않았다. K-컨슈머리포트는 미국 컨슈머리포트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소비자 보고서로 올 초 등장과 함께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출발과 함께 예상치 못한 잡음이 많았다. 우선 '미국 컨슈머리포트를 흉내 냈다'는 태생적한계부터 안고 시작했다.
 
미국의 컨슈머리포트는 민간단체인 소비자연맹이 1936년 창간해 기부금과 구독료만으로 76년간 발행되어온 온·오프라인 월간지다.
 
공신력도 상당히 높아 미국 소비자와 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난 2010년 '안테나 수신 불량 때문에 아이폰을 추천할 수 없다'는 글귀 한 줄로 콧대 높던 애플 전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를 휴가지에서 복귀하게 만든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나 근본적 문제는 K-컨슈머리포트가 미국 컨슈머리포트를 흉내냈다는 것보다 왜 그만큼 못 만드냐는 것이다. 미국의 컨슈머리포트를 기대했던 소비자들에게는 기대에 못미치는 부실한 내용 때문에 실망만 안겨줬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의 실망은 K-컨슈머리포트의 공정성과 신뢰성에서도 드러났다. 1호 등산화 비교평가 땐 제품별로 용도나 특성이 다른데 동일한 가정 하에 몇개 항목만을 비교해 제대로 된 품질 비교를 내놓지 못했다. 결국 평가 대상 선정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2호 변액연금보험은 실효수익률 산정 기준이 문제됐다. 금융소비자연맹이 변액연금보험상품의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결론을 내자 생명보험업계가 공식 반발했다.
 
보험업계는 2~3년 수익률을 바탕으로 향후 10년간의 미래수익률을 가정, 적립식 상품을 거치식으로 계산하는 등 산식 오류를 범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양측이 분석 결과에 대해 논란을 거듭하면서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워했고, 이 때문에 해당 상품의 신규 가입건수가 급감하기도 했다.
 
이런 K-컨슈머리포트의 문제는 본질적으로는 예산 문제에서 시작됐다. 예산이 너무 적어 심층적인 실험 및 평가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예산 부족으로 중소·중견기업의 소비재만 손대고 대기업의 고가 내구재까지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K-컨슈머리포트는 공정위가 예산을 지원해 민간소비자단체에 평가용역을 맡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품목당 할당된 예산이 1500만원에 그쳐 처음부터 심층분석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매년 자동차 평가에만 2100만 달러(약 240억원)를 쓰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된다. 예산 확충 없이는 전문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는 중론이다.
 
문패를 바꾼 '비교공감'도 아직 갈 길은 멀다. 지난 5일 발표된 유명 커피전문점의 비교 분석은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했던 원가분석은 쏙 빠지고, 커피 용량과 카페인 함량 등의 정보만 제공했다.
 
발표 후 가격인하 압력을 우려했던 커피전문점들은 안도의, 소비자들은 실망의 한숨을 내뱉었다.
 
상품 광고와 홍보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는 제대로 된 제품 정보를 원한다. 미국의 컨슈머리포트, 영국의 휘치, 호주의 초이스가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소비자가 가장 궁금해 했던 부분, 가려워 했던 부분을 잘 긁어줬기 때문이다.
 
문패를 바꿔 달았다고 쇄신이 되고, 부족했던 부분이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더불어 소비자의 사랑이 커지는 것도 아니다.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 부실했던 속부터 꽉 채우고 공정성과 객관성, 더 나아가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처럼, 소비자와 기업 모두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결과를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예산, 조사 범위, 대상 등 전반적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 새출발 하기 바란다.
 
문패를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급한 건 내용이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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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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