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커피전문점 업계가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주요 상권의 경우 이미 웬만한 커피전문점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포화 상태에 이른데다 가격은 훨씬 저렴하면서 커피전문점 못지않은 맛을 내는 원두커피 제품들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커피전문점들의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커피믹스 시장은 1조2000억 규모로 이중 인스턴트 원두커피는 전체의 약 5%인 5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에 인스턴트 원두커피를 가장 먼저 소개한 것은 스타벅스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스타벅스 '비아(VIA)'는 출시 초기 매장에서만 마실 수 있었던 스타벅스 커피를 가정이나 사무실에서도 간편하게 마실 수 있다는 장점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개당 100원 꼴인 커피믹스에 비해 1100원이 넘는 높은 가격과 스타벅스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불편함 등으로 시장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동서(026960)식품이 '카누'를 출시하고 대대적인 제품 홍보에 나서면서 인스턴트 원두커피가 본격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카누'의 경우 개당 300원 꼴로 스타벅스 '비아'에 비해 가격이 저렴했고 무엇보다 커피믹스를 판매하던 유통망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단 시간 내에 제품을 알릴 수 있었다.
이러던 것이 최근 이디야커피와 카페베네가 연이어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이미 시장에 진출한 스타벅스를 비롯해 시장진출을 밝힌 이 3개 기업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커피전문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몇 년 사이 식음료 시장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인 커피시장이 시장 포화와 경기불황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기 때문.
특히 한 잔당 4000원이 넘는 높은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이에 대한 대체재로 인스턴트 원두커피를 선택하면서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커피전문점의 시장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다.
우선 제품을 판매할 유통망의 부재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 일반적인 유통채널이 아니라 해당 매장에서만 판매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 힘들다는 것.
스타벅스, 이디야커피, 카페베네가 국내에 가장 많은 점포를 운영한다고 해도 지리적인 불편함과 영업시간에 대한 제한 등으로 제품에 대한 관심이 실질적인 구매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또 같은 매장에서 4000원이 넘는 커피와 개당 500원 가량의 인스턴트 원두커피를 함께 판매할 경우 오히려 주력 매출처인 커피 매출이 줄고, 매장은 인스턴트 원두커피를 파는 판매점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커피업계 한 관계자는 "원두에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해 이를 다시 분말로 만드는 기술 등은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고도의 기술"이라며 "오랫동안 커피를 만들어 온 생산·위생·관리 노하우 면에서도 우리가 앞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커피전문점업계는 '가치'에 중점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맛이나 가격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취향에 맞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겠다는 것.
인스턴트 원두커피를 판매하는 유통망 확대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카페베네는 전국 800여 매장과 최근 카페베네에서 론칭한 '디셈버투애니포(December24)' 매장에서 다음달부터 신제품 '마노'를 판매할 예정이다. 디셈버투애니포는 지난 주 서울 강남역에 1호점을 오픈했다.
이디야커피는 700여 매장에 더불어 향후 대형마트, 편의점 등 직접 일반 유통채널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또 인스턴트 원두커피 뿐만 아니라 RTD, 드립백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커피에 대한 소비수준이 높아지면서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존 커피업계와 새롭게 시장에 진출한 커피전문점업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