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문어발 아닌 수직계열화"..재벌개혁 전면전

입력 : 2012-08-16 오후 3:53:08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재계가 정치권이 재벌개혁의 칼을 빼들며 경제민주화 법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정치권이 문제를 제기하는 '문어발식 확장'은 '수직계열화'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법안 도입에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직계열화야말로 중소기업들의 설 자리를 빼앗기 때문에 문어발식 확장보다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하는 등 경제민주화 법안 도입을 둘러싼 공방이 한층 가열되는 양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6일 '최근 5년간 10대그룹 신규 계열사 증가 현황 분석' 자료를 내고, 10대그룹에 편입된 신규 계열사 396개 중 335개(84.6%)가 모회사의 주력사업과 수직계열화 관계된 회사라고 주장했다.
 
 
수직계열화에 포함되는 신규계열사는 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76개 업종)에 의거해 출자회사와 분류코드가 같은 경우가 113개고, 출자회사의 전·후방 사업과 연계돼 있는 경우가 222개라는 설명이다.
 
전경련이 조사한 10대그룹은 2012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산총액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공기업을 제외한 삼성, 현대차(005380), SK(003600), LG(003550), 롯데, 포스코(005490), 현대중공업(009540), GS(078930), 한진(002320), 한화(000880) 그룹 등을 대상으로 했다.
 
수직계열화 기업은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조달하고 판매, 애프터서비스 등 원료 도입에서 최종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전 생산 공정 내에 속한 계열기업을 의미한다.
 
전경련은 대기업집단의 문어발식 사업 다각화가 심화됐다는 지적과 달리 신규게열사는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정면 반박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대기업 집단의 수직계열화 비율은 2007년 86.8%에서 2008년 74.7%, 2010년 86.8%, 2011년 85.9%를 기록하는 등 등락을 반복했다. 2008년 일시적으로 비율이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계속해서 85%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5년(2007~2011년)간 수직계열화 비율 평균이 84.6%로 나타나, 지난 5년 동안 사업 다각화 목적의 신규계열사는 15% 수준에 불과했다고 전경련은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최근 수직계열화를 통해 부품을 자체 조달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품이나 소재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의 사업 참여 기회가 제한되는 것을 우려한 목소리다.  
 
한 재계 전문가는 "대기업이 수직계열화를 통해 자급자족에 나서게 되면 동일한 업종의 중소 부품업체들은 입찰 참여의 기회가 박탈되는 것"이라며 "수직계열화는 문어발 확장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다. 사업 다각화 목적에서 추진되는 신규계열사 확대도 비제조업 분야에 집중돼 논란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신규계열사들의 업종은 제조업(110개, 27.8%), 도매 및 소매업(42개, 10.6%), 부동산업 및 임대업(33개 8.3%),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31개 7.8%) 등의 순으로 비제조업 분야의 비중이 72.2%에 달했다. 투자위험도가 떨어지는 분야에서 손쉽게 사업 확장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더구나 대기업들의 신규 계열사들은 대부분의 업종이 겹치는 것으로 나타나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예를 들어 부동산업 및 임대업의 경우 한화 8개사, 롯데 7개사, 포스코 6개사 등인 것으로 나타나 동일한 업종에서 여러 회사를 보유한 대기업들이 많았다.
 
전경련은 비수직계열사의 상당수가 신수종 사업 또는 사회적 기업이라고 언급하며,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도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전경련에 따르면 신규계열사 396개중 61개(15.4%)가 비수직 계열로, 출자회사의 주력업종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회사 47개, 총수 또는 임원이 출자한 회사 14개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비수직계열사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첨단산업 8개(바이오제약·IT융합 등)와 금융업 9개(증권·자동차할부금융 등)의 신수종사업 분야 17개, 사회적기업 6개(고용취약계층 대상기업 2개, 프로축구단 4개), 기타 비수직계열은 38개(금속·화학제품 도소매업, 농지개발, 자원개발, 사업지원서비스, 호텔업 등)로 나타났다.
 
도소매업과 숙박 42개(10.6%) 가운데 31개(73.8%)는 종합상사, 광물, 금속, 기계장비, 의료기기, 의류유통 관련 회사였고, 숙박 및 음식점업 7개(1.8%)의 회사 가운데 7개사는 호텔이 3개였다는 점을 근거로 골목상권에 해당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고 전경련 측은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골목상권 침해의 본질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사업참여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므로 전경련의 주장은 핵심을 비켜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논란이 되는 대기업 계열사의 빵집의 경우 골목 진출도 문제지만, 대기업 자회사인 호텔에서 빵집을 직접 차림으로써 다른 중소업체들의 납품 기회 자체가 가로막히는 게 문제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대기업의 진출로 제품 가격이 인상되는 점도 영세업자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최근 대기업이 계열사를 통해 골목상권 및 중소상공인 업종에 무분별하게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10대그룹을 대상으로 출총제를 부활시키거나 순환출자를 금지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출총제가 도입될 경우, 주력사업 및 신사업과 연관된 투자가 어려워지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지장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재계 전문가는 "전경련이 대기업의 문어발 사업 확대를 '수직계열화'라는 단어로 포장한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에 불과할 뿐"이라며 "대기업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중소기업의 설자리를 없애기보다 자본과 기술력을 동원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산업의 동력이 되는 식의 사업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반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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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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