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20년.."한국인 밥상도 바꿨다"

대(對)중국 무역 의존도 심화..무역 불균형 '우려'

입력 : 2012-08-22 오후 2:16:21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지난 20년간 한중 교역이 없었다면 매년 16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로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2일 한중 수교 20돌을 맞아 '통계로 본 한중 수교 20주년' 보고서를 내놨다. 1992년 수교 이후 20년간 한국의 대(對) 중국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총 2726억달러로, 같은 기간 중국을 제외한 전체 흑자규모(2397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단일국가에 대한 무역수지가 여타 국가들과의 무역수지를 압도하면서 무역 불균형은 한층 악화됐다. 또 산업 전반에 대한 기형적 구조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커졌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 중국 무역흑자는 타 국가들과의 무역흑자보다 408억달러 많았던 것으로 나타나, 중국에 대한 우리경제의 의존도를 여실히 보여줬다. 물론 중국이 국내경기 회복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해석도 가능해, 일각에서는 중국의 버팀목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는 긍정적 시각도 내놨다.
 
실제 우리나라는 지난 1992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23.0%)과 일본(19.6%)의 교역량에 비하면 대 중국 교역량은 단 4.0%에 불과했다. 정확히 20년 뒤 전세는 완전히 역전됐다. 2012년 현재 중국과의 교역량은 20.4%로, 일본(10.0%)과 미국(9.3%)을 제치고 최대 교역국 위치로 올라섰다.
 
양국 수교 이후 교역량이 무려 35배가량 급성장한 결과다. 중국 입장에서도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 홍콩에 이어 4대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이념과 체제를 넘어 노동력과 기술력 등 서로가 필요로 하는 경제요인이 맞물리면서 양국 간 교역의 중요성이 커졌다. 
 
우리나라의 대 중국 직접투자도 대폭 증가했다. 1992년 1억4000만달러에 불과했던 직접투자는 지난해 기준 35억8000만달러로 25.3배 늘었다. 이 기간 투자 건수는 7배 증가했다. 중국 역시 1992년 110만달러, 6건에 그치던 대 한국 직접투자가 지난해 6억5000만달러, 405건으로 늘었다.
 
◇"한국인 밥상도 바꿨다"..생활용품 절반 'made in China'
 
한중 수교는 우리나라 국민의 밥상도 바꿔 놓았다. 수교 원년 12억달러 정도였던 중국농산물 수입은 현재 45억달러로까지 확대됐다.
 
특히 국내로 유입되는 김치(1억2090만달러)와 마늘(9550달러)의 경우 전량이 중국산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 수입 농산물 가운데 중국산의 비중을 보면 팥 99.5%, 당근 98.3%, 양파 94.4%, 고추 93.2%, 쌀 52.8%로 압도적 위치를 차지했다.
 
◇표=대한상의
 
생활용품에서도 중국산 제품이 빠르게 국내시장을 잠식했다.
 
중국산 생활용품은 수교 당시만 하더라도 9000만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33억5000만달러로 무려 37배가 증가했다. 수입 생활용품 시장의 10.4%에 불과했던 중국산 생활용품은 이 기간 절반이상(53.7%)의 시장점유율로 이어졌다.
 
품목별로는 수입전선의 80.4%가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완구는 69.9%, 가구는 62.7%, 섬유는 56.6%, 가발 및 가눈썹은 55.8%, 공예품은 51.5%, 문구는 39.8%, 악기는 36.5%, 안경 및 콘택트렌즈는 35.5% 등인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관광객 급증..'한류 열풍'에 '큰 손' 등장
 
양국 간 직항 비행기는 매주 837편이 뜰 정도로 인적 교류도 빠르게 확산됐다.
 
수교 원년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 수는 9만명에 불과했으나 최근 한류열풍이 불면서 지난해 기준 222만명으로 24.7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을 찾은 우리나라 관광객은 4만명에서 418만5000명으로 무려 100배 넘게 급증했다.
  
고속성장 덕에 중국인 관광객들의 씀씀이는 우리나라 내수경기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 업계에선 큰손 관광객으로 불릴 정도다. 중국 최대 신용카드인 '은련카드(은행연합카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사용한 금액은 5059억7000만원(2010년 기준)로 최근 5년새 65배 증가했다.
 
한류 바람이 불면서 K팝을 중심으로 한 문화교류도 활발해졌다. 최근 5년간 한국의 방송, 영화, 음악, 게임 등 문화 콘텐츠 분야의 대중 수출액은 3배이상 증가했다. 현재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의 '중국 제외 아시아 음악순위'에서도 빅뱅, 소녀시대, 샤이니, 2AM, 씨앤블루 등이 1위부터 7위까지를 석권하고 있다.
 
양국의 혼맥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00년 들어 한국인과 결혼한 중국인 신랑과 신부는 16만5000명에 달했다. 이는 전체 외국인과의 국제결혼 중 46.8%를 차지한다. 이들의 자녀는 12만1000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중국인 근로자도 급증해 전체 외국인 근로자의 58.9%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수교 20주년을 맞아 양국 경제계 인사가 한자리에 모이면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중국기업연합회와 공동으로 지난 22일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양국 경제계 리더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8차 한중재계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양국 간 FTA 체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앞서 지난 21일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도 '한-중 경제계 지도자 회의'에 참석해 "한중 FTA를 통해 양국간 무역과 투자 장벽을 낮추고 경제협력 관계를 한 단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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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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