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의 특허소송 본안심리가 양사의 최종 변론을 끝으로 1달여간의 기나긴 공세를 마감했다. IT 역사상 최대 법정 공방인 이번 소송의 결과는 이제 배심원단의 평결만을 남겨놓게 됐다.
앞서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삼성과 애플의 2시간여의 마지막 변론에서 양사는 서로에게 막바지 공세를 퍼부으며 한치 양보 없는 대립각을 이어갔다.
◇주장의 반복..결국 최종변론까지 이어져
최종 변론에 나선 삼성측 변호사인 찰스 베르호에벤은 "애플은 실제로 입은 피해보다 규모를 부풀려 이득을 취하려 한다"며 "만약 삼성의 제품이 애플의 주장처럼 '노골적인 모방 제품'이라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애플이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모양을 발명한 건 아니다"며 "결과적으로 애플
은 소비자들이 양사의 제품을 혼동할 정도로 삼성이 애플을 베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본안소송 과정에서 애플이 증언대에 세운 애플의 전 디자이너 수잔 케어와 뉴욕대 마케팅 강사 러셀 위너 등은 어떠한 모방 증거도 내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실토하기도 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삼성의 마지막 변론 내용 중 특히 이 대목에서 배심원단이 큰 공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삼성은 애플이 줄기차게 폭로해온 증거자료 중 '경영진의 지시로 디자인 카피가 이뤄졌다'는 내부문건과 관련해 "문서의 내용은 삼성이 모방을 노렸다는 내용이 아니라 업계 전반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설명"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반해 애플측 변호사인 해럴드 맥엘히니는 최후 변론을 통해 "삼성의 내부 문건에 나타난 '디자인의 위기'라는 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는 계획된 모방"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그는 미국 최대 가전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 조사의 예를 들어 "다수의 소비자가 갤럭시탭10.1을 아이패드로 혼동해 구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애플이 4년간의 노력을 통해 이룬 디자인을 삼성이 불과 3개월 만에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모방 때문"이라며 "삼성의 디자인 베끼기는 수백 페이지에 이르는 문건을 통해 확인된다. 아이폰 모양뿐만 아니라 '터치를 통한 화면배율 조정' 등 기본적인 기능도 차용했다"고 주장했다.
◇IT 비전문가 배심원단 "너무 어려워"
한편 이번 소송의 종지부를 찍을 9명의 배심원단은 특허소송의 복잡성과 난해함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날 오전 루시 고 판사는 배심원단을 향해 평결 지침서를 읽었다. 이 평결 지침은 109페이지 분량에 모두 84개 항목으로 구성돼, 읽는 데만 2시간30분이 걸릴 정도로 복잡하고 난해했다. 전문성이 없이는 이해조차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
고 판사는 또 "양사가 제출한 증거자료 때문에 배심원단이 심각한 혼란을 겪을 우려가 있다"며 "나조차도 이 자료를 이해하기 버거웠는데, 배심원단은 나보다도 시간 여유가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배심원들은 이 평결 지침서와 항목을 토대로 특허침해 판단 기준을 설정하게 되는데, 각 항목에 대해 어느 회사가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의 특허를 침해했는지, 또 피해액은 얼마인지 등의 결론을 내려야 한다.
주요외신들은 이번 판결이 "IT분야 비전문가들로 이루어진 배심원단에게는 악몽 같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평결 과정의 난해함이 삼성과 애플, 어느 쪽에 득이 될지 서로 엇갈린 견해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배심원 판단이 구체적 사실보다 ‘감성’에 치우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 일각에서는 배심원 평결이 논리적인 근거나 증거보다는 감성과 스토리 텔링에 따라 결정하는 경향이 있는 점을 들어 변론 과정에서 스티브 잡스에 대한 ‘향수’와 ‘미국의 혁신성’ 등을 강조한 애플이 다소 우위를 점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