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못차린 은행, 통장 재발급시 인감 변경하면 수수료 부과?

명확한 기준도 없이 수수료 부과..은행별 제맘대로
금감원 "합리적 기준 만들도록 지도할 것"

입력 : 2012-08-24 오후 4:09:34
[뉴스토마토 송주연, 박승원기자] 직장인 신 모씨는 최근 급여이체 통장을 갱신하기 위해 은행에 갔다가 인감 도장을 놓고 온 것을 알게 됐다.
 
신씨는 인감을 도장대신 서명(사인)으로 변경해 통장을 재발급 받으려고 했지만 결국 통장을 갱신하지 않았다. 은행에서 수수료로 2500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신씨는 "고객의 실수로 통장을 잃어버려 재발급을 요구하는 경우에 수수료를 받는 것은 이해하지만 다 쓴 통장을 갱신하는데도 인감 변경 방법이 달라져 수수료를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월통장 인감 변경 수수료 은행마다 '천차만별'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KB국민·우리·하나·신한·IBK기업은행 등 5개 시중은행들은 분실 및 도난 등 고객의 과실로 통장을 재발급 할 경우 모두 2000원씩 재발급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고객 과실이 아닌 이월통장(통장의 용지를 다 쓴 경우)의 재발행 수수료는 5곳 모두 면제해주고 있다.
 
단, 이월통장의 인감(도장 또는 서명) 변경을 요청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은행마다 각기 다른 이유로 제각각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 것.
 
KB국민은행은 이월통장의 인감 변경시 2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은행의 주거래 등급(MVP, 로얄, 골드, 프리미엄 순) 가운데 골드 등급 이상은 수수료 면제가 가능하다.
 
  ◇시중은행 통장 재발급 수수료 현황
  (자료 : 각 은행)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역시 2000원의 수수료를 고객에게 부과한다.
 
은행의 잘못이 아닌 고객의 필요에 따른 인감 변경이기 때문에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것이 해당 은행들의 설명이다. '고객의 필요'와 '고객의 과실'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셈이다.
 
반면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원칙적으로는 이월통장의 인감 변경에 따른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기존 인감도장을 새 인감도장으로 변경할 경우 2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에는 본점의 수수료 면제 방침과는 달리 지점에서는 인감 변경에 따른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더욱이 지점마다 수수료가 2000원 혹은 2500원으로 달리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경우)내부 통제가 제대로 안 되는 것 같다"며 "본점에서 정하는 정책과 개별 지점간 정책이 다른 것은 문제가 있으므로 지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합리적인 기준 만들도록 지도할 것"
 
금융당국도 은행들의 수수료 부과 기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인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수료 부과 기준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은 차주의 규책사유(고객의 과실)에 의한 것"이지만 이 역시 고객의 과실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대해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장을 재발급 할 때도 인감변경 여부를 구분하는 것 역시 자의적인 부분이 있다"며 "(은행들에게) 고객들이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범위내로 (수수료 부과) 기준을 만들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은행마다 이름이 각기 다른 수수료 명칭을 통일해 다음달 중 은행연합회를 통해 공시토록 할 계획으로 수수료 부과기준 공시를 확대해 수수료 부과에 대한 투명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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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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