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조선업계 지원책은 나왔지만.."중소업체엔 '그림의 떡'"

입력 : 2012-09-04 오후 8:53:11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앵커 : 정부가 수주가뭄으로 고생하는 조선업계에 금융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손을 내밀었지만 실질적인 지원효과에 대한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소식 취재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이보라 기자, 정부가 지난주 말에 제작자금 대출 규모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업계에게 실효성 있는 정책인가요?
 
기자: 금융위원회가 최근 자금결제방식이 '헤비테일(Heavy Tail)' 방식으로 변하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에 대한 제작금융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바로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헤비테일'이란 선수금과 중도금의 비중이 낮아지고, 인도할때 치르는 잔금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말하는데요. 종전에는 조선사가 선주로부터 선박 인도시까지 5차례에 걸쳐 대금을 지급받아 그 돈으로 배를 건조해왔습니다.
 
이렇게 결제방식이 바뀌면서 업체들이 배를 건조할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지자, 조선업체의 제작자금 대출을 담당해온 수출입은행이 지원규모를 당초 1조9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으로 늘리고 여기에 시중은행까지 가세해 최대 4조원을 조선업계에 대출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제작금융이란 선박이나 해양플랜트 등을 수주한 조선사들이 대금을 받을 때까지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기업의 몸집에 따라 정부의 금융지원책의 체감도는 크게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대형 조선업체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정작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조선업체에게는 이 지원책이 좀처럼 와닿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조선업을 지원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 대기업은 정부의 이 지원책을 반기고 있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원래 수출입은행을 통해서만 자금을 조달해왔지만 이번에 시중은행까지 참여함으로써 금리인하효과까지도 노릴 수 있어 대기업입장에서는 '가뭄속 단비'와 같은 소식인데요.
 
대형 조선업체들은 중소업체에 비해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좋은데다 자체적으로 자금 조달책까지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상황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 입니다.
 
실제로 국내 빅3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주식매각, 사채 발행 등의 방법을 동원해 각각 5000억원에서 7000억원까지 자금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대기업 내에서도 기업의 몸집에 따라 지원규모가 달라질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수주잔액이나 매출액, 영업 능력 등에서 규모가 큰 업체부터 지원하고 나머지를 덩치별로 나눠갖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중소기업은 상황이 다르다면서요? 어떻습니까?
 
기자: 인건비 상승과 하청물량 감소, 판매가격 하락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지방의 중소조선업체들로서는 정부의 제작금융 확대가 별로 달갑지 않습니다. 예전에도 조선업 활성화 방안이 나오긴 했지만, 그 지원책이 대부분 메이저업체에게만 집중되고 중소업체에까지는 그 혜택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중소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쓰러질 대로 쓰러진 후인데 이런 정책이 늦은 감이 없지않다"면서 "업체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질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지원책이라는 것이 덩그러니 액수만 명시돼 있어서 지원대상의 규모 등 타깃이 구체적이지 않아 중소업체로서는 누굴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나오는 등 대체로 혼란스럽다는 반응입니다.
 
앵커: 대출규모를 늘리겠다니 수주를 따낸 업체에게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겠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도 있다면서요?
 
기자: 이런 문제는 수주를 따낸 업체들에게만 해당된다는 게 문제인데요. 지급보증(RG)을 받지 못해서 계약의 문턱에서 좌절하고 있는 업체도 나오고 있어 이들에게는 정부지원책이 '먼나라 얘기'라는 겁니다.
 
선수금환급보증은 조선업체가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하면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대신 물어주는 일종의 지급 보증인데요. 조선업체가 선주와 정식계약을 체결하려면 금융기관의 RG가 필요합니다.
 
금융기관으로서도 선가와 원가를 비교해 보증을 서는데요. 지금처럼 선가가 낮게 형성된 상황에서 금융기관 역시 위험을 감수하고 중소조선업체의 지급보증을 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때문에 적지 않은 업체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퇴짜를 맞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지원책이 세계에서 우리 산업이 차지하는 위상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합니다. 일례로 선진국은 민간은행을 포함한 선박금융이나 펀드 등이 많이 형성돼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고 합니다.
 
이런 금융환경이 영업이익률 등으로 이어지기도 해서 조선업체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동시에 자금 여력이 있는 몸집 큰 대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중소업체 상황에 맞는 지원책이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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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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