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하반기엔 '애물단지' 평가 벗을까

CJ 때리는 중앙일보, 종편과의 함수관계..개국 9개월차 종편의 한계와 향방은?

입력 : 2012-09-10 오전 7:35:36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최근 CJ가 배포한 '종편(종합편성채널) 인수 루머에 대한 입장'이 업계 화제를 모으고 있다.
 
CJ는 지난 3일 보도자료에서 "그동안 그룹 내부적으로 종편 인수와 관련해 논의하거나 검토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 인수할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른바 'CJ, 종편 인수설'은 해묵은 이슈지만 최근 그룹차원의 적극적 해명은 시점이 공교롭기 때문에 뒷말을 낳고 있다.
 
종편을 거느린 중앙일보가 최근 자사 지면을 이용해 MPP(복수채널사용사업자, Multi Program Provider) 규제 완화 움직임을 거론하면서 현 시점의 유일한 수혜자인 CJ E&M을 강도 높게 공격한 일과 겹쳐 있기 때문이다.
 
◇CJ 강도 높게 때리는 중앙일보, 왜?
 
CJ를 정조준한 중앙일보의 날 선 보도는 거꾸로 생존에 대한 종편의 압박감을 방증하는 대목이란 평가다.
 
중앙일보를 움직인 건 '삼성'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종편과 광고가 겹치는 CJ E&M의 보폭 확대를 최대한 막겠다는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앙일보 종편 JTBC는 올해 상반기 여타 종편과 견줘 프로그램 제작비에 많은 돈을 쏟아붓고도 전체 시청률 면에서는 기대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시청률 조사업체 AGB닐슨 기준으로 7월 중순 이후 시청률은 MBN이 0.8% 전후로 1위를 고수 중이고 그 뒤를 0.6% 전후의 채널A가 잇고 있는 중이다.
 
JTBC의 '무리수'는 2011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으로도 엿볼 수 있다.
 
영업적자 376억8800만원, 당기순손실은 276억200만원을 기록해 종편4사 가운데 제일 안 좋은 성적표를 손에 쥐게 된 것이다.
 
투입한 제작비와 지난해 말 개국한 '짧은 연차'를 고루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방통위가 공개한 2011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은 큰틀에서 종편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퍼즐조각이라 할 만하다.
 
◇임원급 인사가 현장PD로
 
중앙일보의 최근 '지원사격' 역시 종편의 하반기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는 대목이다.
 
상반기 값비싼 수업료를 치렀다면 천천히 숨고르기 하면서 하반기 생존싸움에 대비하고 있는 것.
 
JTBC는 10월 중 공개하는 주철환 PD의 프로그램과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채널A의 '시청률 선전'은 이영돈 PD를 전면에 내건 프로그램이 견인했다는 평이 많은 만큼 이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JTBC는 지난 3일 주철환 콘텐츠본부장을 이름도 생소한 '대PD'로 발령 내고 현장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JTBC "우린 지상파와 경쟁할 것..종편모임 탈퇴"
 
종편은 4개 사가 발을 묶고 채널협상과 개국행사, 프로그램 홍보까지 공동보조를 맞추던 행보를 벗어나 각축전도 노골화 하는 모양새다.
 
단적으로 '협의회'란 이름으로 운영돼온 종편 카르텔은 지난 6월 말 JTBC의 '이탈'로 유명무실한 상태다.
 
JTBC 관계자는 "정식 협회가 아니니 탈퇴라 할 것은 아니"라면서도 "우린 제4의 채널이 목표고 3대 지상파에 걸맞는 채널로 운영할 것이기 때문에 종편 카테고리에 묶여서 같이 취급될 수 없다는 의미로 자연스레 나왔다"고 밝혔다.
 
종편 4사간에 균열이 생긴 것은 '살아남기 경쟁'의 단면을 웅변하는 것으로 풀이되는데, 이는 방통위가 너무 많은 사업자를 선정한 것에서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MBN "시청률 우리가 1위인데..YTN만큼 줘야"
 
이른바 밥그릇을 둘러싼 종편간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JTBC는 제작비를 이유로, MBN은 시청률을 이유로 타 종편 보다 더 높은 광고단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MBN 관계자는 "시청률 데이터로 따지면 우리는 YTN 정도 줘야 한다"며 "광고주에 차등을 둬야 한다고 이야기는 하는데 아직은 액션이나 의지가 안 보이는 것 같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시청률을 근거로 종편이 '2강(MBN, JTBC) 2약(채널A, TV조선)'에서, '1강(MBN) 2중(JTBC, 채널A) 1약(TV조선)'으로 구도가 나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종편의 차별화 전략..업계 평가는?
 
MBN, JTBC의 자신감은 여타 종편과 선긋기 단계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는 종편의 태생을 문제 삼는 '반감 여론'과 시청자 시선을 붙드는 데 실패한 '한 수 아래 콘텐츠 이미지'가 그만큼 공고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하지만 종편간 경쟁, PP업계와의 다툼 와중에 종편에 '킬러콘텐츠'가 하나 둘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업계 관계자는 종편의 최근 시청률에 대해 "워낙 처음부터 지상파와 맞장 뜨겠다는 식으로 나와 그 눈높이에서 못하는 것이지 케이블방송 성적으로만 보면 지켜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고 평가했다.
 
CJ마저 '인수에 관심 없다'고 할 만큼 종편은 '올드'한 미디어로서 한계가 뚜렷하다는 게 업계의 냉정한 진단이지만, 마냥 '애국가 시청률'만 강조하는 건 성급한 판단일 수 있다는 시각도 고개를 들고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종편이 100번대 이후 채널로 옮겨간다면 잊혀질 수 있지만 지금처럼 의무재송신이 보장되는 한 종편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종편의 콘텐츠 경쟁력은 논외로 해도 '정책적 특혜'가 흔들리지 않는 한 종편의 생명력은 끈질기게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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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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