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아침에 도토리 네개를 먹고 저녁에 도토리 세개를 먹을 것인가, 아니면 아침에 도토리 세개를 먹고, 저녁에 도토리 네개를 먹을 것인가.
중국 춘추전국시대 저공이라는 사람이 기르던 원숭이의 고민을 2012년 대한민국 국민들도 함께하게 됐다.
정부가 근로소득세 간이세액표를 개정해 매달 떼어가는 세금을 줄이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매달 근로자들에게 떼어가는 근로소득세가 줄어들기는 하지만, 그만큼 연말정산에서 환급받는 세금도 줄어든다.
벌써부터 당장 세금을 더 돌려받는 것이 이득인지, 연말에 한꺼번에 돌려받는 것이 이득인지, 계산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근로자들의 원천징수세액을 줄이는 이번 정책의 고안자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조삼모사(朝三暮四)라고 해도 달리 할 말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월급날을 매달 말일에서 15일로 앞당겨진 것과 같은 기간이익을 항구적으로 보게되는 것"이라고 근로자가 이득임을 강조했다.
'조삼모사'라는 고사성어의 속뜻은 크게 두가지로 해석된다. 하나는 당장 눈앞의 도토리 네개만을 알고 결과가 같음을 모르는 멍청한 원숭이같은 사람을 비유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간사한 꾀를 써서 남을 속이는 저공과 같은 사람을 비유하는 것이다.
'기한이익'이라는 눈속임을 통해 국민들에게 마치 대단한 혜택을 주는 듯 홍보한 정부는 후자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내 놓기 전 내수활성화를 위한 그야말로 '창의적인' 대책을 내 놓겠다고 했다.
근로자들에게 어차피 돌려줄 세금을 미리 조금씩 더 돌려줘서 돈을 쓰게해보자는 창의적인 발상으로 보여지지만, 결과적으로 근로자들이 내는 세금이 같다는 점, 그리고 정부의 재정이 아닌 근로자들이 낼 세금을 미리 당겨서 정책에 활용하겠다는 대단한 '꼼수'가 훤히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균형재정이라는 목표를 놓지 않으면서 '창의적인' 정책을 쥐어 짜내다 보니 기원전 40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적인 '꼼수'까지 동원했다는 안타까움도 엿보이지만, 꼭 이렇게까지 해야하는가 하는 의문도 숨길 수 없다.
정부는 13일 민간자본을 활용하는 2차보전대책까지 내 놨다. 정부는 돈을 쓰지 못하니 민간에서 먼저 돈을 써주면 이자 정도는 정부가 부담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가 경기대응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민간에 의존하는 모습이 계속된다면 정책 효과도 적을 뿐더러 정책에 대한 신뢰도도 점점 떨어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국민은 어리숙한 원숭이가 아니라는 점도 정부가 다시 한번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