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외국여행을 간 국내 여행객이 위험성이 적은 숙소 내 소규모 수영장에서 허용된 시간이 아닌 야간에 수영을 하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경우에는 여행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신혼여행을 떠났다가 호텔 수영장에서 익사한 이모씨의 유족들이 H여행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일부 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호텔 수영장 최대 수심이 2m에 불과하고 그 폭도 그리 넓지 않은 점, 호텔 객실에 비치된 안내서에 수영장 운영시간이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기재되어 있는 점, 사인은 심장마비로 밝혀진 점 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런 점에 비춰 보면 여행업자에게 호텔 내에 있는 이와 같은 규모와 형태의 수영장에 관해 위험성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여행업자 또는 여행업자의 사용인이 안전배려의무를 다하지 아니하는 바람에 망인이 사망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숨진 이씨는 2008년 11월 결혼한 뒤 신부와 함께 H여행사가 모집한 기획여행을 떠나 인도네시아 발리로 신혼여행을 갔다. 여행 이틀째 밤 10시쯤 이씨는 신부와 일행에게 수영하러가자고 제안한 뒤 먼저 수영장에 들어갔다가 심장마비를 일으켰으며, 호텔직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45분 뒤쯤 사망했다.
이씨의 유족들은 "여행사가 현지 숙박시설에 대한 이용 및 주의사항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고, 현지 안내원이 밤에도 수영이 가능하다고 말함으로써 설명의무 및 안전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수영장 자체의 수심 및 안전성 결여 때문에 일어난 것이기 보다는 심장마비라는 예측하기 어려운 사유로 인해 발생하였던 점 등에 비춰볼 때 여행사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기각했으나, 2심 재판부는 유족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모두 43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