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인근 지역에서 범죄가 발생해 범인을 쫓던 경찰이 인상착의가 비슷한 행인을 세워 불심검문하려는 것에 불응하면서 폭행과 욕설을 했다면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불심검문 하려는 경찰관들을 폭행하고 욕설을 한 혐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기소된 박모씨(39)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인근에서 자전거를 이용한 날치기 사건이 발생한 직후 검문을 실시 중이던 경찰관들이 범인과 흡사한 인상착의의 피고인을 발견하고 앞을 가로막으며 진행을 제지한 행위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상당한 방법으로 의심되는 사항에 관한 질문을 하기 위해 정지시킨 것으로 적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원심은 공무집행방해 부분에 관하여 경찰관들의 불심검문이 위법하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에는 불심검문의 내용과 한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또 "원심이 무죄라고 판단한 상해 및 모욕부분도 공무집행이 적법하다는 전제 하에서 판단한 것으로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2009년 2월 인천 부평구의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경찰관들로부터 불심검문과 함께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았다. 당시 인근지역에서는 자전거를 이용한 날치가 범행이 발생했고 경찰은 범인을 쫓고 있는 상황이었다.
경찰관들은 범인의 인상착의와 비슷한 박씨를 발견하고 불심검문을 시도했으나 박씨는 경찰관들의 멱살을 잡아 흔들고 욕설을 하면서 격하게 저항하다가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1심 재판부는 박씨의 유죄를 인정,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으나 2심재판부는 "경찰관들이 협조를 위한 설득의 정도를 넘어서 유형력의 행사로 답변을 강요한 했다"며 "이는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이에 불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폭행 등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사가 항소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경찰관이 직무집행법상 범행의심자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 정지시킬 때 적법한 정지행위의 기준을 명확히 함으로써 적법한 공무집행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종전의 입장을 변경하거나 불심검문을 넓게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