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내년 반도체 설비투자를 보수적으로 집행할 방침이다.
전동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메모리부문(DS) 사장은 19일 정례 사장단회의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경기가 좋지 않아 내년 반도체 부문 투자를 보수적으로 집행할 것 같다"면서도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까지 반도체 설비투자에 역대 최대규모인 15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이미 상반기에만 9조6941억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집행했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시설투자총액이 13조948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이중 70%에 육박하는 투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이뤄진 것이다.
또 다른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도 사업계획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알 수 없다"면서도 "다만 올해 집행된 투자규모가 워낙 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년도 투자는 줄어들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즘처럼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은 이상 투자를 늘릴 가능성은 아무래도 적지 않겠느냐"며 처한 환경과 수급의 논리로 볼 때 투자 축소 사실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김형식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좋지 않아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고, 공급은 과잉인데 수요는 살지 않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며 "기업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건 공급량을 조절하는 것, 즉 투자를 줄이는 방법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경기가 빨리 살아나야 수요가 개선될 것"이라며 "특히 IT 소비 비중이 높은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 경기회복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년 경영계획 수립은 오는 10월 말경 이뤄질 예정으로 내년 1월 '삼성전자 경영설명회'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된다.
한편 삼성전자의 투자 축소를 두고 반도체 업계에서는 "과도한 출혈경쟁에서 승리했지만 공급과잉을 불러와 스스로 가격하락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업체 간 치킨게임에서 이기며 앞날을 도모할 수 있게 됐지만 현재로는 전리품이 없는 승리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또 산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투자규모가 줄면서 관련산업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특히 투자에 있어 국내 타 그룹사들을 압도하는 삼성이 선행적으로 긴축경영에 돌입하면서 여타 그룹들도 보수적으로 경영계획을 수립하지 않겠느냐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