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연기자] "한국 유통업의 해외시장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현지화와 세계화의 상충성을 극복해야 한다."
한국중소기업학회장인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20일 현지화와 세계화의 절충, 이른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을 한국 유통기업이 해외진출을 모색할 때 나아가야 할 전략으로 꼽았다.
이날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KOTRA가 주관한 '해외유통 대·중소 동반진출 포럼'에서 임 교수는 '해외 유통시장 진출 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유통업 해외진출 부진 이유..글로벌화 실패 '탓'
임채운 교수는 최근 몇년 동안 유통업체들이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두 가지 이유로 국내 유통시장에서의 성장 한계와 점차 강력해지는 정부의 규제를 꼽았다.
실제 2000년대 중반 이후 국내 유통기업들은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각각 97개와 30개의 점포를 운영 중에 있고, 신세계 이마트는 중국시장에만 27개의 마트가 진출해 있는 상태다.
최근에는 마트 뿐 아니라 홈쇼핑 업체들의 진출이 활발해졌다. 시장도 중국을 비롯해 인도, 러시아 미국 등 다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임 교수는 이들 기업의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부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7년 본격적으로 글로벌 진출을 시작한 롯데의 경우 지난해 기준 중국 1호점 베이징점의 백화점 매출이 3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철수한 바 있으며,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역시 같은 기간 27개 점포 매출액이 약 95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적자는 3000억원으로 추정되며 현재 11개의 점포를 처분한 상황이다.
임 교수는 이와 같은 부진의 원인으로 글로벌화에 진입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국제화 경험이 단계적으로 축적되지 못한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진출을 서두르다보니 결국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도 현지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또 애플의 아이폰처럼 전 세계에서 통용할 수 있는 글로벌 표준화와 같은 상징적인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 등도 이유로 제시됐다.
임 교수는 "막상 해외진출을 시도하려면 장애요인이 존재한다"며 ▲자료와 정보 부족 ▲진출전략에 대한 지침 부재 ▲국제적 수준의 전문유통인력 부족 등을 해외진출의 걸림돌로 꼽았다.
◇20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해외유통 대·중소 동반진출 포럼'에서 '해외 유통시장 진출 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이 열렸다.
◇현지화와 글로벌화의 적절한 '절충'이 관건
임 교수는 성공적인 해외시장 진출 전략의 대안으로 '현지화(Localization)와 글로벌화(Globalization)의 정교한 조화'를 강조했다.
현지에 있는 소비자의 욕구와 구매행동을 파악해 수요를 적재적소에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현지 토착화'를 필수조건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각국 어디서나 적용할 수 있는 '공통 표준화' 판매방식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임 교수는 이를 위해 현지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정확한 사전조사와 검증과정을 거친 뒤 판촉이벤트와 같은 한국형 유통의 강점을 살려 소비자와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글로벌 경험을 국내경영에 접목해 전반적인 경영시스템의 글로벌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이와 같은 전략적 진출을 위해서는 국가경제 차원에서 ▲시장조사 비용 ▲정책자금 지원 ▲세제감면 등 정책적인 혜택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강연 후에는 해외 유통시장에 진출한 기업의 사례 발표와 대·중소기업 간의 해외 유통 협의를 논하는 1대1 상담회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