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보이스피싱에 대한 금융당국의 안일한 대응 자세가 도마에 올랐다.
보이스피싱 관련 통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금융회사들도 금융당국의 보안성 강화 지시사항을 사실상 무시하는 등 총체적 부실 상태라는 지적이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보이스피싱 관련 접수 피해신고로 대략적인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를 파악할 뿐 구체적인 자료는 경찰청이나 인터넷진흥원을 통해 제공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부터 텔레뱅킹을 이용한 보이스피싱이 급증했고, 이달 들어 피싱사이트가 늘어나고 있지만 자체 통계시스템이 없어, 8~9월의 피해규모만 집계했을 뿐 정확한 전체 피해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청 등을 통해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은 집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유형별, 피해 금액별 통계는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자료를 넘겨받아도 경찰청 자료는 금융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내용과 다른 경우가 많아 추가적인 확인작업이 필요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는 경찰에서 이뤄져 금감원 차원에서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경찰 자료는 누락되는 것도 많아 바로 활용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찰에서는 금감원이 필요로하는 세부내용을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있지 않다"며 "자료를 넘겨받아도 일일이 사람이 하나씩 분류하고 통계를 내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의 수법이 날로 다양해지는 것도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정한 체계를 만들어서 분류를 해도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수법이 생겨나 체계를 다시 손봐야 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때문에 금감원 내부에서는 은행들에 접수된 피해신고를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가 들어오면 신속하게 지급정지를 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피해내용을 조사하기 힘들어 이 역시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이 금융회사에 내린 관련 조치들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8일 금융회사 홈페이지에 텔레뱅킹을 통한 보이스피싱 주의 문구를 게재하도록 지도했지만 홈페이지에 주의 문구를 게재한 곳은 현재 국민은행 정도다.
SMS인증절차 추가 등 보안성강화 조치도 마련하도록 했지만 이 역시 시스템 구축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아직 시행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에 다시 연락을 취해 주의문구를 게재하도록 조치하겠다"며 "현재 금융회사들이 은행연합회에 모여 공동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