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시행될 바젤3 기준에 맞춰 감독규정을 발표한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예상보다는 다소 완화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위기시 쌓아야 하는 완충자본 기준과 유동성 및 레버리지 규제 등이 당장 시행되지 않을 것이란 안도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은행에 자본규제가 강화된 '바젤Ⅲ' 기준을 도입하고 이에 맞춰 감독규정과 시행세칙을 마련했다.
우선 현행 바젤Ⅱ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에 대해서만 8%의 최저규제비율을 적용해왔지만 바젤Ⅲ는 이와 별도로 보통주자본과 기본자본(보통주자본에 후순위채권 등을 더한 자본)에 대한 비율도 각각 4.5%, 6%에 맞춰야 한다.
지금까지는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BIS비율만 8%가 넘으면 됐지만, 내년부터는 보통주자본과 기본자본에 대해서도 제약을 가할 방침이다.
다만, 자본완충자본 기준을 비롯해 위기시 쌓아야 하는 경기대응완충자본,국내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금융기관(D-SIB), 유동성 규제 및 레버리지 규제는 최소 2015년 이후부터나 적용될 전망이다. 아울러 세부방식 역시 국제 논의가 진행중임을 감안해 이번 규정개정에서는 제외됐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자본완충자본 기준과 레버리지 규제의 조기에 도입될 경우 은행의 대출태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특히, 금융당국이 ‘바젤Ⅲ’ 도입과 함께 자본보전완충자본 2.5% 추가 적립 요건을 함께 도입할 것이란 전망은 은행에 부담이었다. 위기시 사용할 자본보전완충자본을 2.5% 쌓아야 하는 기준을 적용하면 내년부터 은행의 BIS 비율의 최저한도는 10.5%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심규선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조기도입이 우려됐던 규제들이 적용될 경우 은행의 대출성장과 배당을 제한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면서 "바젤3 기준서 일정대로 진행됨에 따라 은행 수익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적으로 정확히 시행세칙이 정해지지 않은 부분은 세부내용이 정해질 때까지 도입이 연기돼 추가자본적립에 대한 우려도 완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의 자본적정성은 1등급(BIS비율 10%, 기본자본비율 7%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올 들어서는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
특히, 하나금융의 경우 지난 2분기 BIS 비율은 11.53%로 전 분기(11.69%)에 이어 2분기 연속 하락했으며 하나은행은 1분기 13.56%에서 2분기 13.19%로, 외환은행은 1분기 14.7%에서 2분기 13.83%로 각각 BIS 비율이 낮아졌다. 지난해 BIS 비율이 13.5%였던 KB금융지주도 지난 2분기 13.23%로 낮아졌으며 신한금융도 우선주 상환 영향으로 13.4%에서 12.3%로 하락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현재 국내 금융권은 자본적정성이 1등급 수준으로 양호하지만 사상 최고 수준이었던 작년 하반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경기침체로 인한 부실채권 우려 등을 감안하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