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아내가 혼인 중에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해 낳았더라도, 친생자임을 부인하는 소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민법상 친생자로 추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일 최모씨(20)가 "친생자로 인정해 달라"며 생부 김모씨(78)를 상대로 낸 인지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1·2심 판결을 취소하고 파기자판으로 사건을 각하했다고 밝혔다.
파기자판은 원심 판결의 일부 또는 전부를 깨고 사건을 대법원 스스로의 심리로 판결하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원심이 혼인 중 태어난 원고에게 친생 추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친생부인의 소를 거치지 않은 이 사건 청구소송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친생추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은 대법원이 직접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자판하기로 하고, 김씨를 친생자로 인지한 원심 판결을 취소하고 소를 각하한다"고 덧붙였다.
민법 844조에 따르면 친생추정제도는 아내가 혼인 중에 출산한 자녀는 등록부상 남편의 친자로 추정받게 돼있고, 이 추정을 번복하기 위해서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 확정판결을 받아야 한다.
간호조무사였던 배모씨(43)는 결혼한 이듬해 병원 원장인 김씨와 성관계를 갖고 지난 1992년 8월 최씨를 출산했으며, 이에 김씨는 수술휴양비, 위자료 등 명목으로 몇 차례에 걸쳐 1185만원을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배씨의 남편은 최씨가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김씨를 상대로 위자료 2500여만원을 받아냈을 뿐 친생자임을 부인하는 소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후 최씨는 만18세가 되던 2010년 친아버지인 김씨를 상대로 친생자임을 인지해 달라며 인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김씨는 "최씨가 배씨가 혼인 중에 출산한 아이로 그의 아버지의 친생자로 추정돼야 하고 친생부인 판결을 받지 않은 이상 청구는 부적법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1·2심은 "유전자검사 결과 친생자임이 명백하게 증명된 경우 친생자 추정은 배제된다"며 "김씨는 최씨를 친생자로 인정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