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노숙자를 살해한 뒤 화장해 자신이 숨진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타 낸 이른바 '부산 시신 없는 살인사건'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것을 대법원이 다시 판단하라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살인 및 사기혐의 등으로 기소된 손모씨(42·여)에 대한 상고심에서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살인혐의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더 세밀하게 심리하라며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심이 피해자의 사망경위나 피고인의 범행방법을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 피해자의 돌연사 내지 자살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있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살인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흠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은 과다한 금전소비로 궁지에 몰린 형편에서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거액의 월 보험료를 지불하면서까지 다수의 생명보험에 가입했고 이후 노숙자를 물색했다"며 "이런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보험가입 후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보이게 할 사체를 획득할 목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는 충분히 있었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이 피해자가 종전에도 심장검사를 했고, 가족 중에 심장이 안 좋아 돌아가신 분이 있다고 거짓말 한 사실, 응급한 상황이었다면서 가까운 병원 지리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먼 곳으로 돌아간 사실, 피해자 사망 바로 다음날 서둘러 화장시키고 바다에 뿌려 사망경위 확인을 불가능하게 한 사실 등을 종합해보면 피해자 사망후 우발적으로 신분을 바꿨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가 돌연사 또는 자살했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 원심은 돌연사의 가능성을 막연하게 인정하고, 자살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자살을 감행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수단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심리한 바가 없다"며 "피해자의 행동이나 건강상태, 피고인의 행적 등에 비추어 모순되는 점들이 많으므로 그와 관련된 전후의 사실관계 등에 대해 좀더 세밀하게 심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씨는 사실혼 관계에 있던 남편과 헤어진 뒤 백혈병을 앓고 있는 딸과 노모를 부양하면서 열세살 연하의 어린 남자친구와 교제 중이었다. 그러나 남자친구가 헤어질 것을 요구하자 이를 막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판단, 여러개의 생명보험을 든 뒤 거액을 탈 것을 마음먹고 자기 대신 시신이 되어 줄 노숙자를 물색했다.
손씨는 2010년 6월16일 자신을 어린이집 운영자라고 소개한 뒤 어린이집 보모로 취직시켜주겠다며 대구의 한 복지단체에서 여성 노숙자 김모씨를 데려왔다. 그러나 김씨는 그 다음날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이후 손씨는 보험금을 탈 수 있다는 생각으로 김씨의 시신을 서둘러 화장한 뒤 유골을 바다에 뿌렸고 자신이 죽은 것처럼 신고해 보험금을 받았으나 이후에 사기로 보험금을 탄 사실이 발각 돼 살인 및 사기 등 13가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손씨는 '같이 술을 마시 던 중 술을 사러간 사이 돌아와 보니 김씨가 가슴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을 뿐 자신이 사래한 것이 아니라며 살인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손씨가 보험금을 노리고 계획적 범행을 실행해 김씨를 살해했다며 손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부검 등으로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았고, 질병으로 인한 돌연사 또는 자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살인혐의를 무죄로 판단, 나머지 죄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