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무간도>와는 같은 듯 다른 느낌의 영화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설명대로 부산영화제 개막작 <콜드 워>는 <무간도>와는 명백하게 다른 관점으로 홍콩영화의 새로운 진화 방향을 제시하는 영화다.
<콜드 워> 역시 겉으로는 경찰과 범죄조직 간의 대치를 보여주면서 전형적인 홍콩영화를 표방하는 듯 하다. 하지만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제목만큼이나 냉정하다.
<콜드 워>는 일반 범죄 스릴러와는 다르게 사회의 구조와 질서, 권력과 직위에 따른 역학관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세계적 수준의 치안을 자랑하는 홍콩에서 경찰관 5명이 피랍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조직 내에 범죄조직과 내통하는 자를 찾는다는 점은 여러 영화에서 보던 그대로다. 하지만 영화는 내통자가 범죄조직과 내통하는 이유에 대해 집중력 있게 파헤친다.
영화의 미장센도 예전 홍콩영화와는 사뭇 다르다. 느와르 장르 분위기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비장미를 자랑했던 <무간도>와는 달리 <콜드 워>는 깔끔함을 뽐낸다. 인간적인 갈등과 고뇌의 자리에는 퍼즐 맞추기 같은 두뇌게임이 대신 위치한다.
영화 말미에 '냉전은 피할 수 있는 불필요한 전쟁'이라는, 루즈벨트에게 처칠이 한 말을 인용하는 점이 흥미롭다. 결국 <콜드 워>는 홍콩경찰 이야기라는 외피를 입고 조직사회의 논리에 대해 냉정하게 고찰하는, 일반 사회 논리에 한발 더 다가선 영화다. 홍콩 느와르를 기대한 영화팬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전형적 홍콩영화를 통해 사회의 구조를 조망해보는 새로운 즐거움이 있다.
<콜드 워>는 렁 록만, 써니 럭 감독이 공동연출했다. 감독 데뷔작이라지만 렁 록만은 미술감독과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써니 럭은 조감독으로 오랫동안 활동해오는 등 이 둘은 이미 영화판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다.
데뷔작으로 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되는 쾌거를 거둔 렁 록만, 써니 럭 감독 외에 양가휘, 곽부성 등 출연 배우들이 4일 내한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콜드 워>가 흥행바람을 일으켜 홍콩영화의 전성기를 다시 볼 수 있을까. 다음은 부산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영화 <콜드 워> 기자시사회 이후 이뤄진 일문일답.
- 부산국제영화제 참가 소감은?
▲ (양가휘) "부산영화제에서 홍콩영화를 개막작으로 선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고 있다. 홍콩배우로서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 (곽부성) "6년 전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작품으로 부산영화제에 참석한 적이 있다. 다시 와서 기쁘고, 특히 개막작으로 참석한 것은 자랑스러워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전세계 영화팬들이 이 영화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써니 럭) "시나리오를 처음 썼을 때는 이곳을 방문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
- 경찰이 범인과 대치하는 다른 홍콩영화들이 많이 있다. <콜드 워>와 다른 홍콩영화들과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렁 록만) "홍콩영화 중 경찰을 주제로 하는 작품이 많다. 그런 영화를 찍은 역사가 오래되기도 했고. 시나리오 집필 단계부터 써니 럭 감독과 함께 어떻게 써야 관객에게 새로운 느낌 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경찰의 갈등과 고민을 드러냄으로써 새로운 느낌을 주려 노력했다."
- 영화 내용 중 라우 부처장과 리 부처장이 경찰 내부에서 싸우며 소리지르며 싸우는 신이 인상적이다. 촬영 중 에피소드는 없었나?
▲ (곽부성) "처음에는 촬영 후 감독도 오케이를 해서 모두 함께 모니터를 확인했다. 그런데 감독이 1% 아쉬웠던 것 같다. "100점 만점으로 보면 99점이다. 그렇지만 100점 만점이 있다. 어떻게 하겠냐"고 묻더라. 감독이 좀더 완벽한 장면 원했던 것 같다. 관객 눈으로 두 컷을 비교해보면 아마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웃음). 두 감독이 리듬과 구조 면에서 얼마나 완벽하게 하려 했는지 잘 알고 있다. 둘이 대립하는 장면은 굉장히 격렬한 신이었고 나로서는 도전이었지만 즐겁게 받아들이며 잘 소화하려고 노력했다. 재촬영하고 나서 모든 스태프들과 다시 같이 보는데 다들 좋았다고 했을 때 기분이 정말 좋았다. 좋은 결과물을 가지고 부산영화제에 오게 돼 기분 좋게 생각한다."
▲ (양가휘) "굉장히 좋은 장면이기 때문에 난이도 역시 높았던 것이 맞다. 하지만 상대배우가 좋으면 어떤 장면이든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 영화 결말을 보면 속편 제작을 염두에 둔 것 같은데?
▲ (렁 록만) "속편에 대한 생각은 안해봤다. 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려 이제 한 편 완성했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 영화를 보니 <무간도>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 영화만의 특징, 혹은 <무간도>와 비교했을 때 어떤 다른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 (양가휘) "일단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좋다는 점은 말 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무간도>와 가장 큰 다른 점은 영화를 통해 사람과 사람 간 모순이나 문제점을 다룬 게 아니라 홍콩 안보 시스템의 문제를 짚어 봤다는 것이다.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경찰을 다루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 배우로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 (양가휘) "사실은 이미지 상으로 보면 곽부성이 와일드한 역을 하고, 제가 섬세한 역을 했어야 할 것 같은데 그 반대였다. 그거 자체가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웃음).
▲ (곽부성)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기하는 캐릭터를 믿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고위급 간부를 연기했는데 나이가 실제 내 나이보다 훨씬 많고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엘리트적 분위기를 풍기는 인물이다. 게다가 양가휘와 같은 계급의 인물이다. 그런 인물을 연기하려다 보니 캐릭터를 믿고 가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만약 같은 계급이 아니었다면 양가휘 눈빛과 연기에 굉장히 떨렸을 것 같다. 양가휘는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번에 그와 같이 작업하는 것을 즐겼고, 좋은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 시나리오상 마지막에 라우 부처장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무엇인가?
▲ (렁록만) "아무래도 영화이다 보니 스토리상의 갈등, 인물간 갈등이 있어야 했다. 누가 처장이 될 것인가는 시나리오를 쓰는 우리도 선택하기 어려웠다. 쓰다 싸우기도 했고(웃음). 결국 라우 부처장의 손을 들어주게 된 것은 그가 현장 경험이 별로 없는 경찰관이긴 하지만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양가휘가 연기한 리 부처장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웃음)."
▲ (곽부성) "관객으로 하여금 둘 중 누가 승진하게 될까 생각하게 하는 게 이 영화의 재미 중 하나다. 책임져야 할 일도 많고, 부하도 있고 하니 결국 자질이 되어야 그런 높은 위치에 있게 되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리우는 홍콩 시민의 안전을 생각하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 유덕화과 연기한 보안국 간부가 리우를 높게 평가하는 부분도 있지 않나. 홍콩시민을 위해 능동적으로 대처한 점을 높게 산 것 아니었을까?"
▲ (양가휘) "영화를 찍고 나서 캐릭터를 완전히 떠났다고 생각했는데 질문하니까 다시 되돌아오게 되는 상황이다(웃음). 내가 영화 속에서 보스로서 내린 모든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당연히 승진 못한 것 아닐까? 그래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내가 맡은 인물이 정확한 판단을 하는 내용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웃음)."
- <콜드 워> 촬영에 들어가기 전 두 배우 모두 바빴던 것으로 알고 있다. 신인감독의 작품인데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
▲ (양가휘) "배우가 아무리 바빠도 좋은 시나리오가 있다면 작업하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여러분 입장에서는 신인 감독일 수 있지만 이 두 분 다 10년 넘게 20년 가까이 영화계에 종사하신 분이다. 한가지 희망사항이 있다면 부산영화제라는 좋은 영화마켓에서 이 영화가 좋은 가격에 팔려나가 영화 제작하신 사장님께 도움이 됐으면 하는 것이다."
▲ (곽부성)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려 시나리오를 완성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감독님을 믿었고, 감독님도 나를 믿어줬던 것 같다. 촬영에 들어갈 당시는 콘서트를 17회 정도 계획하고 있던 시기였는데 콘서트 일정을 잘 조율해줘서 가능했다. 영화를 만드는 데는 신뢰가 전제돼야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 한때 영화 침체기에 있었던 적도 있지만 이 영화제 통해 전세계 관객들이 여전히 홍콩에 이만큼 좋은 영화와 스태프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