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헌철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등이 국정감사에 불출석하기로 했다.
8일 정치권과 롯데 등에 따르면 오는 11일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국정감사(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해외 출장' 등의 이유로 불출석을 구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님께서 이번주 해외 업무가 있어 출국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상 국감 불출석을 인정했다.
국감 증인들은 불출석 사유서를 국감 전날까지만 국회에 제출하면 된다. 하지만 통상 그 이전에 구두로 불출석을 통보하고 대리 증인 명단과 함께 최종 사유서를 국감 전날 제출한다. 신동빈 회장도 이같은 절차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이번 국감에서 신 회장을 상대로 대형유통업체 영업행태 관련(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무분별한 사업확장에 의한 골목상권 침해, 대기업의 중소기업 보유주식 탈취사건 등에 관해 집중 추궁할 예정이었지만 결국 이를 실행하지 못하게 됐다.
특히 현재 공정위 국감 증인으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등이 골목상권 침해와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에서 신동빈 회장의 불출석은 다른 총수들의 연쇄 불출석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치권에서 여야 가릴 것 없이 이번 국정감사를 '골목상권 침해'를 핑계로 '유통 총수 사냥'에 나서려는 계획들은 물거품이 될 것으로 보여 `물국감`의 오명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현행법상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된 자가 정당한 이유없이 불출석하거나 증언을 거부할 경우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대부분의 재벌총수나 기업인은 해외출장 등을 사유로 국감에 불출석해 왔다.
이와 관련 정무위 소속 노회찬(무소속) 의원은 "회장님 보기가 장관 만나기 보다 어렵다"며 재벌 총수들의 국감 회피를 질타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지만 국회가 매년 재벌총수들을 출석시키지 못하는 것은 '안 시키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특히 대선을 앞둔 마당에 올해는 더더욱 국회에 기대할 것이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이날 지경위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홈플러스 이승한 회장 역시 지난 5일(금요일) 테스코그룹 아시아 CEO포럼 참석차 영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장은 오는 26일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