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재계가 수출부진 및 내수침체라는 대내외 경제 여건을 이유로 12월 대선에서 다뤄져야 할 중점과제로 ‘경제회복과 성장’을 꼽았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성장만이 유일한 돌파구라는 점을 강조해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입법화를 무디게 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는 9일 전국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상황에 대한 기업인식과 정책과제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올 대선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이슈로 응답기업의 80.8%가 ‘경제회복과 성장’을 꼽았다. 이어 ‘일자리 창출’(9.4%), ‘경제민주화’(6.0%), ‘복지확대’(3.8%)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기업들은 또 최근 경기에 대해 77.6%가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답했으며, ‘정체’와 ‘회복’ 답변은 각각 19.2%와 3.2%로 집계됐다. 부문별로는 ‘수출’(38.6%)보다 ‘내수’(61.4%)가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지는 4분기 경기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나빠질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68.5%로, ‘좋아질 것’이란 대답(4.8%)을 압도했다. ‘3분기와 비슷할 것’이란 답은 26.7%였다.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대치도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기업의 73.4%가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내다봤다. ‘1%대’로 예상한 기업도 24.4%나 됐다. 반면 당초 정부 기대치였던 3%대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은 불과 2.2%에 그쳤다.
국내경기의 최저점을 묻는 질문에는 ‘올 4분기’(28.7%), ‘내년 2분기’(25.1%), ‘내년 1분기’(20.5%) 순으로 답이 이어졌다. 경기 회복세가 나타날 시점으로는 41.6%가 ‘내년 하반기’를 꼽은 가운데 ‘내후년 상반기’(28.0%), ‘내년 상반기’(13.8%), ‘내후년 하반기’(10.2%) 순으로 전망됐다.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비상경영 체제를 운영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41.6%가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20.6%는 ‘운영할 예정’이라고 답했으며, ‘계획 없다’는 답변은 33.0%였다. 경기 악화에 대한 대응방안으로는 무려 71.9%가 ‘원가절감’을 꼽았다. 이어 ‘제품 경쟁력 강화’(44.5%), ‘단계별 대응책 수립’(24.8%), ‘유망사업 발굴’(19.1%), ‘구조조정’(9.6%) 순으로 나타났다.(복수응답)
현재 기업 경영 애로사항으로는 ‘판매부진’(43.9%), ‘수익성 악화’(26.5%), ‘원자재가 부담’(14.4%), ‘경쟁 심화’(6.2%), ‘인력난’(5.8%) 순으로 지적됐고, 향후 경영 고민사항으로는 ‘수요 감소’(51.9%), ‘신규 수익원 확보’(15.4%), ‘비용 절감’(14.2%) 등이 차례로 꼽혔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부 대책으로는 응답기업의 72.4%가 ‘금리인하와 추가경정 예산이 모두 필요하다’고 답했다. ‘금리인하’만을 필요로 한 기업은 9.2%, ‘추가경정’만을 필요로 한 기업은 각각 9.2%, 7.8%로 집계됐다. 추가 대책을 필요로 하지 않는 기업은 10.6%였다.
또 기업 애로 해소를 위해 중점을 둬야 할 과제로 절반이 넘는 54.4%가 ‘유가 등 원자재가 안정’을 꼽았다. 이어 ‘자금지원 확대’(37.0%), ‘수출지원 확대’(27.8%), ‘노사관계 안정’(8.2%)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전수봉 상의 조사1본부장은 “수출과 내수 (동반) 부진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지 않도록 대내외 불안 요인을 잘 관리하고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 과정에서 경제회복과 성장에 대한 구체적 정책 방안이 제시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