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어린이가 주민자체센터에서 운영하는 러닝머신을 타다 상해를 입은 경우 관리의무를 소홀히 한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31부(재판장 이동원) 정모양(10) 등이 경기도 성남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러닝머신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해 정 양이 상해를 입었으니 정 양에게 2400여만원, 그의 부모에게 각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고가 일어난 주민자치센터는 상당수의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관리·운영하고 있는 만큼 어린이들이 많이 방문하고 있고,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주부들은 어린이들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 점, 헬스장은 주민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고 어린이의 경우도 사실상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헬스장에 설치된 러닝머신과 그 밖의 운동기구 등은 성인이 없는 상태에서 어린이가 조작할 경우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존재하고 있었고, 사고 당일 주민자치센터에서 근무하는 자원봉사자가 헬스장에 어린이가 출입하는지 여부를 적절히 관리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볼 때, 헬스장과 러닝머신은 설치 및 관리에 불완전한 점이 있어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헬스장의 출입구 등에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문구가 부착되어 있지만, 이는 사고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사고가 난 헬스장은 주민자치센터에서 주민들의 문화·여가생활과 건강증진을 위해 설치한 것으로 주민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주민자치센터에서는 예산상의 문제로 헬스장에 관리인을 두기 어려웠다"며 "러닝머신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정 양이 러닝머신을 작동하다가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성남시의 책임을 손해액의 60%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 7월 21일 정 양은 어머니가 경기도 성남시의 한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에어로빅' 수업을 듣는 사이에 또래 친구들과 문이 열려 있는 헬스장에 들어갔다.
이후 정 양은 헬스장에서 작동 중인 러닝머신 벨트에 팔이 끼어 마찰 화상을 입게 됐고, 정 양과 그의 부모는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성남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