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집을 나와 별거하면서 다른 이성을 만나 사실혼 관계를 맺고 있다가 업무상 사망한 경우라도 법적 배우자와 혼인상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라면 사실혼 배우자는 산업재해보호법상 유족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심준보)는 이모씨(사망)의 동거녀인 박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부지급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산업재해보상법에서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자'를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배우자에 포함한 취지는, 사실상 혼인생활을 했으면서도 단지 혼인신고가 없기 때문에 법률상 혼인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 그 사실상 배우자를 보호하려는 것이지, 법률혼 관계와 경합하고 있는 사실상의 동거관계를 보호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이어 "박씨의 경우에는 이씨가 법률상 배우자와 혼인관계가 사실상 해소되어 법률혼은 형식적으로만 존재하고 실질적으로는 이혼한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 보이므로, 산재법에 의한 유족급여를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씨는 가출한 이후에도 2008년부터 법률상 배우자와 자식들의 생계 상당 부분을 책임져왔고, 자식들과도 꾸준히 교류해 왔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3일 이씨는 경기도 안양시 고속도로 방음시설 작업을 하던 중 붕괴사고로 사망했다. 이에 이씨와 8년간 동거관계에 있던 박씨는 "중혼적 관계이지만, 사실혼 자체를 부정할 수 없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신청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이 '망인과 법률상 배우자 사이의 혼인관계가 종료되지 않았으므로, 유족급여 수급권은 법률상 배우자에게 있다'며 신청을 거절하자 박씨가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