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영화’ 수순 밟나?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추진, 무엇이 문제?

입력 : 2012-10-14 오후 11:18:16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정수장학회가 쥐고 있는 부산일보 지분과 MBC 지분을 매각해 그 돈으로 복지사업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실소유 논란을 빚고 있는 정수장학회가 사회적 합의 없이 공영방송을 포함한 언론사 지분을 팔아치워 선심성 사업에 투자하려 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당장 부산일보 노조와 MBC 노조를 비롯해 ‘정수장학회의 투명한 사회 환원’을 촉구해온 시민단체, 야당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빼앗은 재산으로 생색낸다고?
 
논란은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이상옥 MBC 전략기획부장이 지난 8일 서울 정동 정수장학회 이사장실에서 비공개로 회동을 열어 정수장학회의 지분 처리를 논의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촉발됐다.
 
보도에 따르면 정수장학회가 보유 중인 MBC 지분 30%는 2013년 상반기 상장에 맞춰 팔고 부산일보 지분 100%는 부산·경남지역 기업에 매각한 뒤 매각대금으로 이 지역 대학생과 난치병환자에게 등록금과 치료비로 지원할 계획이다.
 
‘정수장학회가 반값등록금을 지원한다’는 사업내용은 오는 19일 ‘젊은 층이 많이 지나다니는 대형광장이나 대학’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다는 계획도 논의했다.
 
이번 사안은 1961년 박정희 등 군부세력이 개인에게 빼앗은 재산을 ‘밀실회의’로 팔려고 했다는 점에서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다.
 
과거사위원회와 서울중앙지법 등은 정수장학회의 ‘강탈 사실’을 인정한 바 있고, 정수장학회(본래이름 부일장학회)를 빼앗긴 고 김지태씨 유족이 ‘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유족의 승인 없이 재단측은 장학회 지분을 처분할 수 없는 상태다.
 
박근혜 후보는 2005년 이사장직 사퇴로 정수장학회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는 입장이지만 ‘박근혜 사람’으로 불리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대선을 앞두고 반값등록금 등 이른바 선심성 사업으로 장학회 매각대금을 활용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문제와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거꾸로 증명했다.
 
◇유족·시민사회 동의 없이 왜 밀실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부분은 MBC 주식 매각이 MBC '민영화' 혹은 ‘사영화’ 논란과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MBC 민영화 이슈는 그 자체로 오래됐지만 이명박정부 들어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김재철 MBC 사장 등 정부여당 인사들이 주로 제기해와 이른바 ‘정치권력에 의한 언론장악’ 뉘앙스에서 자유롭지 않은 게 사실이다.
 
수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MBC의 주식가치 때문에 ‘MBC 민영화’는 실현가능성에 물음표가 찍혀왔지만 이상옥 MBC 전략기획부장이 지난 8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앞에서 ‘브리핑’한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이상옥 부장은 그 자리에서 “MBC를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장학회 지분 30%를 상장 물량으로 처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주식시장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주식을 풀면, (장학회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보이는 장점이” 있으며, “(상장은) 대주주인 방문진의 12월초 임시 주주총회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안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시기와 방법 등을 언급했다.
 
이번 논란이 MBC 민영화의 첫단추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MBC 경영진의 계획대로 민영화가 추진될 경우 자금여력이 있는 거대기업 등이 공영방송 지분을 얻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자본권력에 의한 언론장악’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서명준 건국대 교수는 지난 12일 ‘공영방송의 개념적·정책적 이슈 진단 및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 “이명박정부 들어 MBC에 대한 민영화 압박이 컸는데 이는 아주 자명하다”며 “바로 시민사회 영역이 축소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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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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