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국가공무원들의 육아휴직제도가 당초 목적과는 달리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저출산 해소와 공무원 복지 향상을 위해 육아휴직 대상자를 확대하는 등 육아휴직 장려 정책을 도입했지만, 오히려 공무원들이 이를 악용해 해외유학을 가는 등 육아휴직제가 꼼수로 얼룩졌기 때문이다.
1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육아휴직 한 공무원은 모두 3만3546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38.1%(9258명)나 증가한 규모다.
이 가운데 국가공무원은 지난 2010년 대비 41.6% 증가한 2만6646명, 지방공무원은 26.2% 증가한 6900명이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성별로 살펴보면 전체 육아휴직자 중 여성은 3만2345명(96.4%)으로 전년대비 39.0%(9069명) 증가했고, 남성 육아휴직자 역시 1201명으로 18.7% 늘었다.
이는 지난 2010년 육아휴직자가 전년대비 3437명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불어난 규모다. 이 같은 증가 요인에는 행안부가 개정·시행하고 있는 육아휴직제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
행안부는 지난해 5월 육아휴직이 가능한 아동 연령을 기존 만 6세에서 만 8세로 확대하는 등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을 개정했다. 육아휴직 급여 인상과 육아휴직자에 대한 근무평가 개선도 육아휴직을 늘리게 했다.
특히 정부 기관 중에서는 기획재정부가 남성 육아휴직 이용률이 높기로 유명하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공개한 '기관별 육아휴직 현황'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2011년 기준 남성 육아휴직 대상자 110명 중 11.8%인 13명이 육아휴직을 이용해 행정기관 중 남성 육아휴직 이용률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육아휴직제도의 이면에는 이를 악용하는 공무원도 적지 않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낙연 민주통합당 의원이 기획재정부 국정감사를 위해 감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소속 서기관 A씨는(현재 대통령실 근무중)는 지난 2010년 8월1일부터 작년 7월31일까지 1년간 육아휴직을 냈다.
그는 5살난 아이를 보육할 목적이라고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신고 목적과 달리 261일 간 아이는 국내에 두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정부는 이 기간 중 A씨에게 휴직수당 420만원을 지급했다.
또 재정부 사무관 B씨는 1년 육아휴직을 신청해놓고 268일간 필리핀에서 혼자 요양을 했고, 다른 사무관 C씨도 육아휴직 중 아이는 미국에 보내놓고 국내에서 혼자 233일간 생활했다. 이들 역시 이 기간 중 각각 447만원, 388만원의 수당을 챙겼다.
통계청 공무원 또한 육아휴직제도를 악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소속 D씨는 지난 2010년 8월25일부터 작년 4월3일까지 222일간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하지만 육아휴직 다음 날 육아휴직 대상 자녀는 국내에 둔 채 미국으로 출국해 국외 교육훈련 중이던 부인과 함께 213일간 미국에 체류했다. 이 기간 중 D씨에게도 355만원의 수당이 지급됐다.
이낙연 의원은 "모범을 보여야 할 사무관 이상 관리직 공무원이 제도를 악용했다"며 "감사원에 적발된 이들 이외에도 또 이런 사례가 없을 것이라고 보느냐"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공무원들이 육아휴직을 이용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육아휴직이 고용, 유학, 연수, 가사 등의 다른 휴직 제도와 달리 혜택이 좋기 때문"이라며 "수당을 지급하고 휴직 기간을 경력평정대상기간, 승급기간에 산입을 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무원의 경우, 민간 기업과 달리 '고용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승진배제 등의 사유가 없기 때문에 육아휴직제 이용률이 좀 더 높다"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일정부문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육아휴직제도가 악용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좀 더 철저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