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보험사들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경기불황으로 돈 굴릴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뿐 아니라 기준금리까지 인하됐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사들은 지난 7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후 8월부터 매월 저축성보험 공시이율을 낮췄지만, 내달과 12월에도 추가 인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게다가 보험사가 고금리 당시 확정금리 상품에 가입한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역마진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8, 9, 10월에 이어 내달에도 공시이율을 0.1~0.2%포인트 낮출 예정이다.
공시이율이란, 은행의 예금금리처럼 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하는 이자로, 국고채와 회사채, 통화안정증권 등과 운용자산이익률을 반영해 적용한다.
지난 9월 기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공시이율은 각각 4.7%, 4.4%로 지난 4월에 비해 0.3~0.5%포인트 가량 내렸다.
삼성화재의 이달 저축성 보험 공시이율은 연 4.6%로 지난달에 비해 0.3%포인트 인하했다. 현대해상과 동부화재, LIG손보, 메리츠화재 등도 저축성 상품의 적용금리를 지난달 연 4.7%에서 이번 달 4.5%로 0.2%포인트씩 각각 인하했다.
롯데손해보험은 4.8%에서 4.6%로, 흥국화재는 4.8%에서 4.5%로 각각 낮췄다. 지난달 삼성·대한(한화)·교보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도 같은 기간 0.1~0.2%포인트씩 공시이율을 추가적으로 낮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은 경기가 워낙 안좋아서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는 손도 못대고 있고, 아무리 둘러봐도 자산을 굴릴만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 "이라며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가장 안전한 투자처였던 국공채의 금리마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어 역마진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보험업계는 내달에도 추가적으로 공시이율을 0.1~0.2%포인트 가량 인하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들어서만 세 차례에 걸쳐 공시이율을 내려 고객들의 민원이 쏟아지고 있지만 보험사도 지금으로서는 고객에게 주는 높은 이자를 감당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보험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손보업계 운용자산이익률은 6월말 현재 5.06%로 지난 4월보다 0.19%포인트 하락했다. 6%대를 기록했던 생보업계의 운용자산이익률도 대한생명 5.6%, 교보생명 5.4%, 삼성생명 5.3% 등으로 떨어졌다
저축성 보험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보험사도 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업계 최고 수준인 4.9%대의 공시이율을 내걸며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가입자를 유치했던 위너스가입즉시연금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흥국생명도 월 4.8% 이자를 보장했던 드림즉시연금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다. 교보생명 역시 방카슈랑스 채널로는 더 이상 즉시연금을 팔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지난 9월12일부터 판매를 전면 중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까지만해도 각 보험사들이 역마진 리스크를 떠안고 고금리를 내세우며 경쟁을 펼쳤지만 이젠 팔던 상품도 중단시키는 상황"이라며 "운용자산이익률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고금리 당시 확정금리 저축성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에게 6~10% 의 이자를 지급하는 것도 상당한 부담 "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