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재인기자] 금융감독원이 추진 중인 저축은행 전산망 통합에 대해 대형 저축은행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등 대형 저축은행들은 금감원의 전산망 통합이 영업의 자율성을 해치는 규제일 뿐 아니라 결국 전산망을 장악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16일 금융당국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영업정지 된 저축은행 등 일부 저축은행 자체전산 사용을 통해 불법행위가 발생됐다는 점을 이유로 저축은행중앙회를 통해 전산망을 통합해 실시간으로 관리키로 했다.
그러나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은 금감원이 추진하고 있는 전산망 통합은 대형저축은행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자체 전산망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9월말 현재 93개 저축은행 중 63개사가 저축은행중앙회 상품개발단계까지 관리가 되는 통합전산망에 가입했고, 나머지 30개사는 자체전산망을 사용하고 있다.
금감원은 통합과정에서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들의 통합반대가 거세자 지난 11일 2가지 방법으로 통합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산설비의 내용연수가 경과하거나 신규투자가 필요한 저축은행의 경우 저축은행중앙회 전산망에 완전통합 방식으로 추가 가입하게 했다.
하지만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이나 일부 대형 저축은행 12곳은 주요 전산원장만 중앙회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일단 방향을 잡았다. 매일 업무 마감후 여신원장 등 주요 전산원장을 중앙회에 전송하게 한다는 것.
A금융지주 저축은행 관계자는 “그룹차원의 전산망과 자체 노하우를 가지고 있고,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중앙회 전산망에 가입하지 않고 자체적인 전산망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B금융지주 저축은행 관계자는 “IT 부문에 투자를 많이 했고 내부통제가 잘 갖춰져 있어 통합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금감원이 단순히 전산원장만을 받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금융지주 저축은행 등 대형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다.
C금융지주 저축은행 관계자는 “어느 금융회사도 금융당국이 전산을 통째로 관리하는 곳은 없다”며 “금융당국은 전산원장만 공유하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고 결국 전산망 장악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등 일부 대형 저축은행 등은 통합에 참여를 최대한 미루거나 참여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금융지주 저축은행 관계자는 “추가로 가입하는 저축은행들의 통합작업이 내년까지 마무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많은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아직 어떻게 할지 결정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금감원이 서둘러 저축은행 전산통합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형저축은행들의 영업정지로 중앙회 예산이 대폭 삭감한 상황에서 통합전산망 관련 예산과 인력을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추가로 가입하는 저축은행들의 내부 전산망 구축작업도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저축은행들의 영업환경이 개선되기까지는 서둘러 통합을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D저축은행 관계자는 “내년 10월까지 전산망 통합 과정을 마무리한다고 했지만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로 기간은 연장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에서는 대형 저축은행의 불만에도 우선적으로 전산통합망 작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 입장에서는 전산원장 통합만 해도 실시간으로 감독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산망 통합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대형 저축은행들을 설득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