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의 수출구조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의존도가 세계 최고수준인 만큼, 위기에 봉착한 국가들이 늘어날수록 수출시장 지형 변화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위기에 흔들리는 국가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수출대상국은 줄어들고, 주요 수출국에 대한 의존도는 심화됐다. 아울러 주요 수출품목에 대한 의존도 역시 심해졌다.
16일 한국무역협회와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출대상국 중 중국, 미국, 일본 등 수출금액기준 상위 10개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0%에서 2010년 62%, 2011년에는 63%로 올라갔으며, 올해 들어서는 8월말 현재까지 64%의 수출의존도를 보였다.
우리나라 수출은 2008년 이후 2009년(-13.9%)을 제외하고는 모두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면서 지난해 무역 1조달러를 기록했지만, 규모만 늘었을 뿐 수출다변화라는 구조는 더욱 악화된 것이다.
수출 품목 역시 마찬가지다. 석유제품, 자동차, 선박,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 철강판, 무선통신기기 등 전통적인 대기업 생산 주력 수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수출창구를 여는데 사실상 실패했다.
상위 10대 주력수출품에 대한 의존도는 지난 2000년에 56.6%였지만, 2011년에는 60.3%로 올라섰다. 1990년대에 50%대 초반의 의존율에 비교하면 20년간 10%포인트 가까이 비중이 증가한 것이다.
홍지상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수출 다변화가 돼야 하는데, 최근 몇년간 통계를 보면 몇몇 국가, 일부 상위 대기업 품목들에 수출의존도가 집중됐다"면서 "이러한 취약한 수출구조를 개선하고 수출국가와 품목을 다양화하는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기를 거치면서 각국에 대한 수출의존도에도 변화가 컸다.
재정위기 진원지인 유럽의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비중은 줄어들고, 풍부한 인적 물적자원을 바탕으로 위기 이후에도 탄탄한 경제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수출비중은 늘고 있다.
EU에 대한 수출비중은 2008년 13.8%에서 2009년 12.8%로, 2010년 11.5%, 2011년에는 10.0%까지 떨어졌고, 올해들어서는 9월말까지 9.3%로 한자릿수까지 내려왔다.
반면 아세안(ASEAN)국가에 대한 수출비중은 2008년 11.7%, 2009년 11.3%, 2010년 11.4%로 정체돼 있다가 2011년 12.9%로 상승했고, 올해는 9월말까지 14.0%로 비중이 급증했다.
EU와 아세안에 대한 수출비중이 완전히 역전된 셈이다. EU는 재정위기에 따른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선박과 가전, 반도체 등 우리제품을 구입하는 양이 줄었고, 아세안 국가들은 꾸준한 성장으로 지역의 소득이 증가되면서 소비재를 중심으로 메이드인 코리아를 많이 찾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 수출을 하는 중국과 미국의 경우에도 수출비중에 변화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의지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우리나라의 투자가 줄면서 수출의존도가 줄어들고 있는 반면,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효과 등을 업고 최근 수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중국에 대한 수출비중은 2008년 21.7%, 2009년 23.9%, 2010년 25.1%로 상승하다 2011년 24.2%, 2012년에는 9월말까지 23.6%로 떨어졌다. 미국 수출 비중은 2008년 11.0%, 2009년 10.4%, 2010년 10.7%, 2011년 10.1%까지 주춤했지만, FTA발효 이후인 2012년 9월까지 10.9%로 반등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에 대한 투자변화로 해당 수출 비중이 크게 줄고 있다"면서 "정부는 중국에 대한 가공무역 위주의 수출구조를 탈피하고, 한류 활용마케팅 등 서비스업과 문화수출에도 역량을 강화하는 등 수출다변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