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전쟁 놓고 이통사·제조사 '네탓 공방'

입력 : 2012-10-19 오후 6:21:57
[뉴스토마토 김하늬·황민규기자] IT 업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보조금 경쟁 과열 문제를 두고 KT와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사들과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제조사들이 대립각을 드러내고 있다.
 
먼저 직격탄을 날린 건 KT다. 지난 18일 미디어미래연구소가 개최한 포럼에서 정인호 KT 상무는 "(스마트폰 제조사가) 해외보다 훨씬 높은 출고가로 단말기를 출시하기 때문에 결국 단말기 보조금 경쟁이라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동통신 시장의 과열 문제의 원인을 삼성전자 등 제조사로 돌렸다.
 
이날 정 상무는 "단말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지배력이 과도하게 집중돼 시장 점유율이 60%를 넘으면서 외산 단말기나 저가 스마트폰, 피처폰을 구입할 소비자 선택권이 사라지고 있다"며 제조사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국내 주요 제조업체들은 '슈퍼갑'으로 불리는 거대 이통사들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휴대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보조금 정책의 탄생 배경은 단말기 가격 때문이 아니라 이동통신사의 가격 정책과 복잡다단한 유통구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 이통사 "제조사의 비싼 출고가가 보조금 키워"
 
이통3사 모두는 제조사의 비싼 출고가를 보조금 문제의 원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KT관계자는 "출고가가 너무 높은 상황에서 통신경쟁산업에서 한 업체가 보조금을 주면 다른 업체가 안 줄 수 없는 구조"라며 "100만원 출고가를 다 내고 단말기를 구매할 고객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보조금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제조사가 스마트폰에 기능이 추가되거나 업그레이드 될 때마다 지속적으로 휴대폰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아이폰5가 80만원 초반대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갤럭시노트2는 110만원"이라며 "아이폰은 새로운 디바이스가 나온다고 가격이 오르지 않지만 삼성은 새로 출시될 때 마다 자꾸 가격이 오른다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통사는 고가의 스마트폰 할부금으로 인해 이통사가 매달 할인해주는 요금할인이 있음에도 단말기 할인인 것처럼 비춰지는 게 문제라는 점도 제기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고가의 스마트폰을 구매하면 소비자는 할부금과 요금이 통합 청구된다"며 "우리가 요금할인을 해줘도 결국 할부금 때문에 소비자는 통신비가 비싸다고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출고가가 높으면 요금할인을 해줘야 하는데 이통사는 제조사에 출고가를 다 주고 사와야 한다"며 "대형이통사와 달리 출고가가 높으면 비용 부담이 늘어 구매 여력이 없어진다"고 밝혔다.
 
◇ 제조사 “이통사 가격정책과 복잡한 유통구조가 문제”
 
반면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주요 제조업체들은 이 같은 이통사의 주장에 반발하며 통신사들 간의 과대한 스마트폰 고객유치 경쟁으로 발생한 문제가 애꿎은 제조업체로 떠넘겨진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단말기 가격 거품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유통구조상 제조사가 이통사를 배제하고 직접 판매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사실상 단말기 가격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은 제조사가 아니라 KT, SKT 등의 이통사라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는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일단 문제로 언급된 부분이 통신업계 전반에 걸친 출혈 경쟁이 원인이기 때문에 제조사 입장에서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입장으로 관측된다.
 
업계의 한 내부 관계자는 "보조금, 약정할인 등의 제도는 기본적으로 통신업계에서 만든 시스템"이라며 "제조업체가 단말기의 판매에 대해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단말기 가격으로만 문제를 호도하는 건 매우 위험한 논리"라고 반박했다.
 
팬택 관계자는 "휴대폰의 단말기 보조금은 통신사만 부담하는 게 아니라 제조사도 상당부분 부담하고 있다"며 "이동통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실제로 기여한 부분이 큰데 이제 와서 한 쪽만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제조사는 스마트폰 가격이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서도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우리나라 스마트폰 시장은 글로벌 기준으로 봤을 때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상당히 상위에 위치한 시장"이라며 "시장에서 선택받기 위해서는 해외에 출시되는 모델보다 고사양, 다양한 기능을 탑재해야 하는 만큼 원가상승 요인이 많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재구 미디어시민모임 대표는 "제조업계에 비싼 출고가도 문제겠지만 보조금 논란은 이통사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최근 공정위 조사에서도 이통사가 휴대폰 관련 원가를 속여 나머지 부분을 보조금으로 주는척 하고, 또 비싼 단말기 가격을 핑계로 기본요금을 높게 책정하는 등 이통사의 정책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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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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