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따지는 사회'..지역·계층간 대학 진학 격차 '심각'

사회복지비용 증대·국가경제 경쟁력도 위협
전문가 "사교육비 경감하고, 진학단계부터 조치 강구해야"

입력 : 2012-11-05 오후 12:43:45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지역 혹은 동네 거주 여부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자녀의 상위권 대학 진학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계층 간 대학 진학 격차는 2000년대 들어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는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사회의 복지비용을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의 경쟁력까지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교육기회의 형평성을 확충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수도권VS지방 진학 격차 확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5일 내놓은 '대학 진학 격차의 확대와 기회형평성 제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수도권과 지방 간, 대도시 내 거주지 간의 진학 격차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DI가 지역별 서울대 진학 수준의 변화 추이를 살펴본 결과, 서울지역의 상대진학률(전국 평균 서울대 진학률 대비 각 지역 서울대 진학률의 상대비율)은 지난 2000년에 전국 평균 대비 155% 안팎이었으나, 이후 꾸준히 상승해 최근 189%까지 상승했다.
 
 
 
경기도 역시 지난 2003년까지는 50%대에 머물렀으나 최근에는 80%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6개 광역시의 서울대 상대 진학률은 2000년에 120%로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했으나, 이후 꾸준히 하락해 최근에는 전국 평균의 85% 수준까지 떨어졌다.
 
또 KDI가 국내 상위권 대학 진학률(2008년)을 비교한 결과, 서울 6.0%, 광역시 2.1%, 중소도시 1.9%로 나타났다. 서울과 지방 간 격차가 상당히 크다는 얘기다.
 
KDI는 수도권과 지방 간의 진학 격차 확대 요인으로 지방의 공교육 경쟁력 약화, 지방 수험생들의 질적 저하, 수도권과 지방 간 경제력 격차 확대 등을 꼽았다.
 
특히 가장 큰 요인으로 대학입시 준비과정의 사교육 의존도 심화를 꼽았다. 조사결과 입시단계인 고등학교 과정에서의 일반계고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서울이 42만원, 광역시가 24만5000원으로 무려 17만5000원의 격차가 났다. 경기도와 지방 8개 도 간의 격차도 월 11만6000원의 차이가 났다.
 
김영철 KDI 연구위원은 "수도권 지역에 입시사교육 전문업체들이 밀집돼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지방 학생들이 수도권 학생들과의 입시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입학, 강남·서초구가 무려 9배 높아
 
대도시 내 거주지 간 격차도 점차 심화되는 추세다. KDI가 서울의 경우 각 구별로 (특목고 졸업생을 제외한) 고등학교 졸업생 만명당 서울대 입학생 수(서울대 진학률)를 조사한 결과, 강남구와 서초구가 각각 무려 173명, 150명에 달하는 반면 진학률 하위 구들의 경우 단 18명 안팎에 그쳤다. 상·하위 자치구 간의 진학률 격차는 무려 9배에 달했다.
 
 
지난 2011학년도 서울대 진학률이 전국 평균이 50.2명인 것을 감안할 때 평균의 70%에도 못 미치는 '진학취약지구(진학률 35.1명 이하)'가 서울 전체 25개 자치구 중 11개 구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경쟁력 위협.."정부 지원대책 확대해야"
 
김영철 연구위원은 "지역간, 계층 간 진학 격차 확대는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 뿐만 아니라 거지주의 학습환경 혹은 지역의 사교육 인프라에 의해 대학 진학의 상당 부분이 결정되고 있다"며 "이는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장기적으로는 사회의 복지비용 증대, 인재양성 체계의 효율성을 훼손해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위협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는 우선 교육낙후지역 학생들과 저소득층 자녀의 학업능력 향상을 위한 정부 지원책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며 "멘토링 프로그램을 활용한 학습열망의 고취, 방과후학교 자유수강권 확대를 통한 학습기회 확충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는 또 교육 격차를 조장해 온 사교육 과열에 대해 적극 대처해 나가야 한다"며 "수준별 수업의 확대와 교원능력 향상 등 공교육 경쟁력 강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EBS 수능강좌와 방과후 학교 활성화 등 각종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병행하고 공교육체계를 유린해 온 일상화된 선행학습에 대해 적절한 규제장치를 마련하는 등 근본적인 개혁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KDI는 정부가 대학 진학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조치들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는 대표적인 기회형평성 제고 프로그램인 '기회균형선발제'의 안정적 정착 및 지속적인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지역균형(지역인재)선발'과 '사회적 배려자 전형'을 비롯한 대학의 자발적인 '기회형평성' 관련 전형의 확대도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입학사정관제가 현장에서 바르게 구현되도록 계도와 감독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전담기구를 설치해 공정진학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 입시 관련 비리 감독 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박진아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