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퇴사 충동을 느끼는 직장인은 백수를 부러워하고, 군인은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백수가 부럽고, 또 직장인은 다른 생각하지 않고 복무하면 되는 군인을 부러워한 내용을 담은 광고가 국민들의 공감을 사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30초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 사회상을 제대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광고 내용처럼 취업 준비생들은 바늘보다 더 좁다는 '취업구멍'을 뚫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경기침체로 생활이 팍팍해져 막상 직업을 구해도 연봉만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때문에 '백수여도 걱정, 직업을 구해도 걱정'이라는 푸념이 나온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9월 일을 하지도 않고, 일자리를 구하지도 않은 20대 백수 비율이 25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기업들의 신규 채용 규모가 줄면서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구직자들의 학력 인플레이션과 대기업 선호 현상도 한 몫 했다.
지난 9월 20대 연령층의 비(非)경제활동인구 비율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7%포인트 오른 38.4%로 집계됐다. 이는 구직기간을 4주 기준으로 경제활동인구 조사를 시작한 1999년 6월 이후 가장 높다.
구직기간 일주일 기준으로는 38.7%를 기록하며 지난 1988년 2월 이후 24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어렵게 일자리를 구했다더라도 입사 첫 해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첫 직장 근속기간은 2007년 5월17개월 6일에서 올해 5월15개월 6일로 줄었다.
처음 입사한 회사에 만족하지 못한 채 동종업계 다른 회사로 옮기거나 아예 다른 직종을 택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입사 1년 미만의 신입사원 585명을 대상으로 '이직 고민'을 주제로 설문조사한 결과, 93%가 '고민한 적 있다'라고 답했다.
특히 주변에 이직을 했거나 준비하는 동기가 있는 신입사원들이 이직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을 고민하는 이유는 만족스럽지 못한 연봉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그 뒤를 더 나은 회사에 다니고 싶어서, 복리후생, 낮은 회사 비전, 열악한 근무 환경 등이 이었다.
이들 중 실제로 이직을 준비하는 신입사원은 10명 중 8명에 달했다. 또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신입사원 10명 중 6명은 실제로 다른 회사에 지원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구모(28세) 씨는 "생계 때문에 눈높이를 낮춰 입사했으나 회사가 체계적이지 못하고 연봉도 높지 않아서 그만둘까 매일 고민한다"면서도 "일한 지 얼마 안돼 경력으로 전직이 어려운데 그렇다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자신도 없어서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구 씨처럼 이직의 여의치 않은 직장인들은 투잡에 눈을 돌리고 있다.
결혼비용 마련, 사교육비 부담 가중, 물가상승으로 인한 생활비 부족 등으로 인해 직장인 수입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초 온라인 취업 사이트 인쿠르트에서 직장인 1101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부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15.5%가 본업 외에 부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향후 부업을 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직장인의 67%가 '그렇다'고 답했다.
출판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최모(29세) 씨는 "갑작스럽게 직장을 떠난 사람들 보면 카드값과 보험료 등 정기적으로 나가는 비용들 때문에 돈이 있으면서도 생활고에 시달리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만약 현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이런 걱정없도록 창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드헌팅 전문업체 관계자는 "처음부터 원하는 곳에 입사하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려운 경우에는 동종업계의 중소·중견기업에서부터 실적을 다진 후 전직을 노려보라"며 "무엇보다 자아실현과 경제성과를 동시에 내려면 장기적인 안목이 필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