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서스4 '끙끙' 앓는 LG..'이러지도 저러지도'

소비자 높은 관심..정작 제조사·이통사는 출시 꺼려

입력 : 2012-11-09 오후 3:56:32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LG전자가 딜레마에 빠졌다. 이달 출시한 구글 레퍼런스(기준)폰 '넥서스4' 때문이다.
 
LG전자(066570)는 넥서스4의 제조사로 낙점되면서 그간 스마트폰 시장에서 외면 받았던 서러움을 한방에 일갈하는 듯 했다. 국내외 전문지로부터의 평가 또한 '극찬' 일색이었다. 명가로서의 부활이었다.
 
하지만 정작 출시 대상국에 우리나라는 제외됐다. 무엇보다 수익성이 적은 3G를 꺼리는 국내 이동통신 3사의 반대가 컸다. LG전자 또한 속내를 숨기고 이통사 탓을 했다. '끙끙' 앓는 이면에는 야심작 '옵티머스G'가 있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넥서스4'의 구매대행 관련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 구매대행 판매자에게 기기 값을 입금하면, 해당업체가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대리 구매해 소비자에게 건네는 방식으로 40만원대면 구입이 가능하다.
 
특히 스마트폰 공동구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넥서스4의 공동구매를 요청하는 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넥서스4는 LG전자가 만든 역대 스마트폰 가운데 소비자들의 주목도가 가장 높지만 정작 국내에선 '그림의 떡'인 셈이다.
 
이는 그동안 낮은 스마트폰 완성도와 브랜드 인지도에 고생해야 했던 LG전자가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 제고 기회를 놓친다는 것을 의미해 아쉬움을 샀다. 한편으로는 국내 소비자를 가볍게 보는 LG전자의 인식 부재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LG전자는 '고집'(?)을 부리며 출시 가능성을 닫아 걸었다. LTE 고객 유치에 혈안이 된 통신사의 이해관계와 G폰의 흥행에 사활을 건 LG전자의 셈법이 미묘하게 맞물리면서 국내 출시는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특히 고가의 하이엔드 전략 스마트폰이자 그룹의 역량이 총결집된 G폰이 중저가의 넥서스4에 밀려 카니발라이제이션(제품간 잠식현상)을 일으킬 경우, 수익성은 물론 자존심에도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해 이를 크게 우려했다는 목소리가 안팎으로 흘러나왔다.
 
전문가들은 LG전자가 옵티머스G에 마냥 기대를 걸기에는 시장 상황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고 경고하고 있다. 갤럭시노트2의 흥행에다 일부 대기수요는 아이폰5로 몰리면서 G폰에 대한 반응이 기대만큼 뜨겁지 않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또 방송통신위원회가 17만원 갤럭시 대란으로 최근 이통사들의 보조금 단속에 칼을 빼들면서 옵티머스G의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G폰의 가격 하락을 문의하고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늘었다는 게 일선 대리점들 얘기다.
 
일각에서는 LG전자가 "때를 잘못 만났다"는 지적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넥서스4의 경우 국내 통신사들이 LTE로 전환한 시기에 때늦은 3G폰을, 옵티머스G의 경우 정작 마케팅 적기를 넘긴 뒤 출시돼 소비자들의 주목도에서 멀어졌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LG전자가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스마트폰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재 KDB 대우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도 '옴니아'에서 시작해 '갤럭시'로 업계 1위가 되는 데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을 들였다"면서 "시장이 예상했던 로드맵대로 서서히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지만, 단박에 삼성과 애플처럼 도약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구글이 넥서스4의 제조사로 LG전자를 택한 만큼 품질에 대한 인식이 제고될 것"이라며 "스마트폰 판매량 증가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LG전자의 제품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고 있지만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라면서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잃었던 제품 신뢰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구글이 최근 공개한 레퍼런스 스마트폰 넥서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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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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