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저주..부품업체 줄줄이 '적자'

'메모리 거인' SK하이닉스 '진퇴양난'

입력 : 2012-11-09 오후 4:59:22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으로 평가받는 애플이 오히려 전 세계 IT업계를 침체의 수렁에 빠뜨리는 '모순'이 벌어지고 있다. 매 분기마다 놀라운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는 애플과 달리 한국, 대만, 일본 등 각 국의 주요 부품업체들의 실적이 줄줄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지난 8월부터 삼성전자(005930)를 필두로 몇몇 대형 부품업체들이 애플의 막무가내식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거래 중지’라는 초강수로 대응하며 협상력을 높여나가고 있지만, 애플의 입김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SK하이닉스(000660) 등은 여전히 '애플의 저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5일 발표된 애플의 3분기 실적은 9월21일 출시된 아이폰5의 9일치 매출만 반영됐기 때문에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애플은 영업이익 109억4400만달러(약12조187억원), 영업이익률 30.4%라는 놀라운 실적을 기록했다. 일부 외신은 "아이폰5보다 영업이익률이 더 혁신적"이라는 비아냥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는 사실상 유일한 경쟁업체인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 등 모든 사업영역에서 올린 영업이익 8조1200억원, 영업이익률 15.6%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 수치다. 애플이 단일기종만을 쏟아내는 데다 제조 또한 중국 폭스콘에 일임하기 때문에 원가 경쟁력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 애플의 성공 이면에는 '슈퍼갑'의 지위를 무기로 주요 부품 협력사들을 후려치며 경영 환경을 어렵게 만든다는 비판이 함축돼 있다. 일례로 샤프, 엘피다뿐만 아니라 세계 메모리 반도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SK하이닉스조차도 3분기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업황 부진에 '애플의 저주'가 겹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가운데 애플의 주요 협력업체 중 하나인 샤프는 올해 회계연도 기준으로 4500억엔(약 6.1조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당초 예상했던 2500억엔 적자보다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전년의 적자폭 3760억엔을 웃도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엘피다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3분기 영업 손익이 450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연결 최종 손익은 570억엔으로, 역대 최대 적자폭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절반인 1600억엔에 그쳤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ODM(제조자개발생산) 방식으로 제조하는 대만 폭스콘은 1%대 영업이익률을 견디지 못하고 애플에게 단가 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 중 하나인 SK하이닉스도 지난 8월부터 9월 사이 삼성전자, 도시바 등 경쟁업체들이 아이폰5 부품 공급을 거부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격협상력을 끌어올리긴 했지만, PC D램 수요부진 등의 악재가 겹쳐 결국 흑자전환에는 실패했다.
 
한편 애플이 통상 절대적인 '바잉 파워'를 통해 분기 초 의도적으로 주문량을 줄여 부품가격을 끌어내린 뒤 분기 말에는 출하량과 매출을 올리는 방법으로 부품 업체와 혹독한 단가 계약을 체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부품업체들의 4분기 실적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게다가 애플이 삼성전자에 대해 물밑에서 낸드 플래시 물량 공급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연내 양산을 목표로 하는 10나노급 낸드가 애플 제품에 공급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대한 수급관계를 정상화할 경우 기존 부품업체들의 가격협상도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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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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