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검찰 간부가 대기업과 잠적한 형사 피의자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검찰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직후 대검찰청은 자체 진상조사에 즉각 착수했고 의혹의 당사자인 김 모 검사도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경찰이 김 모 검사에 대한 소환 조사방침을 밝히면서 파장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검사들 대부분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지만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눈치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4개월 전쯤부터 정보계통으로 이야기가 돈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금액 등 구체적인 의혹이 이 시점에서 터져 나올 거라고는 예측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가지는 내재적 폭발력이 어느 때보다 큰 이유는 대선 직전에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대선 40여일을 앞두고 유력 대선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대검 중수부 폐지' 등 검찰 개혁을 벼르고 있다.
이같은 '외부로부터의 검찰개혁' 기류가 강해지자 최재경 중수부장은 지난달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검찰제도 개선안으로 밝힌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 연계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각을 세우기도 했다.
또 '중수부 폐지'안과 관련해서는 중수부 간부들이 사직서를 품고 다니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는 말도 돌고 있던 터다.
그러나 2010년 '스폰서 검사'와 '그랜저 검사'사건, 지난해 '벤츠 여검사' 사건으로 이어지며 매년 터져 나온 검찰 비리 사건 의혹이 이번에도 제기되면서 검찰로서는 '외부로부터의 검찰개혁'에 맞설 명분에 치명상을 입었다.
여기에 특검팀 수사에 비해 '내곡동 사저부지 부당 매입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부실했다는 평가로 국민들의 눈길도 곱지 않은 상태다. 또 비리 혐의가 자체 적발이 아닌 경찰수사에서 드러났다는 점도 검찰의 자존심을 크게 꺾었다.
무엇보다도 여러 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한상대 총장이 일관되게 강조해 온 '검찰의 자정노력'이 그동안 공염불이었느냐는 국민의 불신이 검찰로서는 가장 뼈 아픈 일이다.
지금까지는 "당사자인 본인이 극구 부인하며 해명하고 있는 만큼 일단 진상조사 결과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검찰의 공식적 입장이다.
달아오르는 대선 정국과 함께 한층 공세수위가 높아갈 검찰에 대한 비판과 개혁의 칼날을 검찰이 어떻게 받아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