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최승환 기자] LS그룹이 구자열 회장 체제로 재편됐다. 특히 이번 승계는 최대주주 간 지분 변동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촌지간의 경영권 승계인 만큼 재계 내에서는 일찍이 볼 수 없던 사례로 꼽힌다.
동시에 구자열 LS전선 회장의 그룹 회장직 취임으로 공석이 예상되는 LS전선과 LS엠트론 후임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LS그룹 지배구도 전체에 대한 주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LS그룹 총수 일가의 지분은 33.43%다.
이 가운데 구자홍 LS그룹 현 회장과 내년에 신임 회장으로 취임하는 구자열 LS전선 회장의 지분은 각각 2.83%, 3.27%다. 구자홍 회장의 지분은 지난해 9월30일 기준 2.96%에서 0.13% 소폭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구자열 신임 회장의 지분은 동일하다.
특히 고(故) 구두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은 LS전선 사장의 지분율이 4.02%로, LS그룹 친인척 가운데 지분율이 가장 높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LS그룹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넷쩨 구태회, 다섯째 구평회, 여섯째 구두회 등 설립자 3형제가 '사촌형제' 간 경영승계를 이미 약속했다.
다른 대기업 총수에 비해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구자홍 회장(66세)이 10년의 임기만 채우고, 7살 터울의 구자열 회장(59세)에게 길을 열어준 것도 이 같은 사촌승계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구자열 회장 역시 구자홍 회장과 비슷하게 임기를 채운 뒤 구자은 사장(48세)에 그룹 회장직을 승계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구 사장이 친인척 가운데 가장 높은 지분율을 보유한 것은 차차기 회장 자리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유교주의 전통에 따라 장자 계승의 철칙을 고수하고 있는 범LG가의 가풍과 '공동경영'이라는 LS가의 원칙이 혼재되면서 이 같이 독특한 승계문화를 낳은 것이다.
구자열 회장의 뒤를 이어 LS전선의 후임자가 누가 될 지 여부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구자홍 회장과 구자열 회장을 제외한 2세들은 구자엽 LS산전 회장, 구자명 LS 니꼬동제련, 구자철 한성 회장, 구자용 E1회장, 구자균 LS산전 부회장, 구자은 LS전선 사장 등 총 6명이다.
이 가운데 구자엽 LS산전 회장이 LS전선의 신임 회장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구자엽 회장은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로, LS그룹 회장이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구태회 회장의 동생)의 장남인 구자열 회장에 돌아간 만큼 그룹 주력사인 LS전선은 첫째 집안에서 맡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LS그룹 관계자는 "구자열 LS전선 회장의 후임은 선대에서 합의한 공동경영의 원칙에 따라 사촌형제들이 사장단과 논의를 거친 뒤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면서 "11월 중에는 인선이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LS그룹의 사촌승계가 갈등없이 차분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이 줄을 잇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경영권 승계가 또 다른 형태의 형제경영에 불과하다며 그 성공여부에 대해서는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두산과 금호그룹의 예에서 보듯 우리나라는 형제경영이 성공을 거둔 예가 없다"면서 "LS그룹도 표면상 사촌승계지만 그 밑바탕에는 부모 세대들이 형제관계로 얽혀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제대로 안착했는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 표 = LS그룹 가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