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한진 화물 '전자인수증' 新사업 파트너 선정

삼성카드 제쳐..내년부터 서비스 본격 시작

입력 : 2012-11-14 오전 11:44:30
[뉴스토마토 박민호·임효정기자] 종합물류기업 (주)한진이 화물운송장 및 화물인수증을 종이에서 전자화(Paperless)하는 신사업에 KT를 최종 파트너로 선택했다.
 
당초 삼성그룹이 삼성카드를 내세워 화물 전자인수증(Smart-Prepay) 사업을 제안했지만 이를 거부한 한진은 KT와 이달초 MOU 체결하고 본격 전자인수증 서비스를 시작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화물운송의 가장 큰 문제인 다단계 하청구조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기존 종이로 된 화물운송장을 전자식으로 바꿔야 한다. 
 
마침 정부가 내년부터 다단계 하청구조를 없애겠다며 칼을 뽑아든 참에 한진과 KT가 전자인수증 사업을 새로 시작하며 시장 선도자로 나선 모양새다.
 
◇16조 화물시장에 수수료만 5천억 '新먹거리'
 
한진이 삼성그룹(삼성카드)의 사업 제안을 거부하고 KT를 전자인수증(Smart-Prepay) 사업 파트너로 맞은 것은 지난 4월 중순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상훈 KT G&E 사장과 한진의 석태수 대표가 사업협약서를 본격 체결하면서 전자인수증 개발속도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는 한진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전체 육상 물류시장으로 사업이 본격 확대된다.
 
KT와 비씨카드가 노리고 있는 시장은 전체 화물운송시장 16조원 중 전자인수증 800억원, 다단계 운송시장 8조원 중 정산대행 사업으로 수수료만 4800억원에 달한다.
 
 
먼저 전자인수증(전자인수증+전자세금계산서) 사업은 KT가 스마트폰에서 전자세금계산서를 자동발행해 기존 종이로 된 화물인수증을 대체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건당 2000원(연 4000만건)으로 연 800억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두번째 정산대행(Smart-Prepay) 사업은 다단계중 1단계만 제거하는 효과를 봤을때 운임의 6%를 KT와 비씨카드가 나눠갖게 되며 연 4800억원의 시장이 형성된다.
 
◇삼성카드, 배고플때 만난 먹잇감 놓쳐
 
이번 사업으로 정산대행을 맡는 KT와 비씨카드는 운임의 6%를 수익으로 얻게되며 경쟁사 삼성카드 입장에서는 크게 아쉬울 수 밖에 없다.
 
다단계 운송시장이 8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정산대행 서비스 시장규모는 4800억원에 달하는데 카드사 입장에선 주 수익원인 1%대 가맹점수수료에 비하면 상당한 수익창출 기회인 셈이다.
 
더욱 요즘처럼 가맹점 수수료인하, 신용카드 발급 강화 등 카드사가 어려운 때 카드
사에게는 놓칠 수 없는 신사업인 것.
 
삼성카드가 삼성그룹 차원에서 화물차 정산대행 서비스를 기획해 한진그룹에 손을 내민 것도 카드사들의 이러한 상황이 배경에 깔려있다.
 
삼성카드 측은 사업 탈락을 부인하고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이 사업을 시도한 적도 없고 내부에서 사업에 관해 들어 본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계에서 나오는 얘기는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카드도 한진에 접근을 했지만 KT와는 다른 모델이어서 이번 계
약에 빠진 것"이라며 "삼성카드가 제안한 것은 KT가 엮이지 않은 상태로 제안을 했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단 카드사가 이 사업에서 할 수 있는 게 정산하는 일이기 때문에 삼성카드
역시 정산대행업무로 접근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카드가 다른 통신사와 함께 접근을 했거나 혹은 삼성그룹 내에서 IT부분까지 해결
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KT 입장에서도 운임의 6%가 되는 정산대행 서비스를 자회사인 BC카드가 아닌 삼성카드와 나눠가질 리 없다.
 
KT가 한진과의 협약 내용에 삼성카드의 제안을 거절하도록 8억원을 선투자하는 프리미엄을 제시하면서 사업권을 따낸 것도 이런 이유가 깔려있다.
 
한진 입장에서도 전자인수증 서비스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4개월 전부터 시스템 개발을 해줄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정황들을 고려해보면 삼성이 아닌 KT와 의견이 맞았던 것이다
 
◇한진-KT, 다단계 운송구조 직거래로 변경..'차주임금' 상승 효과
 
화물운송 계약은 화물주인과 운송회사가 계약을 맺고 이 회사가 중간 알선업체 등을
거쳐 화물차 차주에게 일감을 배분하는 다단계 구조다.
 
이 과정에서 운송회사가 많은 수수료를 가져가고 입찰 과정에서 저가 경쟁이 벌어지면
차주가 가져가는 운송료는 대폭 줄어들게 된다.
 
화주와 운송하는 화물차 운전사(차주) 사이에 많게는 3, 4단계를 거치는 경우도 있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기업물류 시장은 영세하고 복잡다단한 시장구조로 돼 있어 운송서
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상당수의 주선자들에 의해 왜곡이 심한 상태다"며 "정부도 손을 놓고 있어 화물파업이 몇년째 같이 이슈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자인수증 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또 "전자인수증 사업이 내년부터 화물운송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고 지입차주의 권익과 운송 편의를 향상시키기는데 일조할 것"이라며 "다단계 근절을 통한 차주의 임금상승 효과에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전자인수증 사업으로 인해 기존 물류사업과 유관사업 IT 융합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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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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