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올 하반기 LG전자의 명운을 짊어진 전략 스마트폰 '옵티머스G'가 예상밖의 부진한 실적에 직면했다.
보조금 대란 여파로 시장이 바닥을 헤매는 데다, 그나마 몰렸던 대기 수요는 갤럭시노트2와 아이폰5로 선회하는 추세다. 여기에다 자사의 넥서스4가 예상외로 해외에서 인기몰이를 하면서 오히려 옵티머스G에 대한 수요를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16일 이동통신 3사에 따르면 현재 옵티머스G의 일일 판매량은 겨우 1000대를 넘나드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이통사 고위관계자는 “출시초기와 달리 시장에서 물량을 전혀 소화 못하고 있다”면서 “제조사와의 관계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인기폰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옵티머스G는 지난 9월28일
SK텔레콤(017670)과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이동통신 3사를 통해 시장에 출시됐다. 일련번호를 기준으로 했을 때 이달 초 시장에 공급된 물량이 7만5000대 수준이었다. 평균 일일 판매량이 2200대 꼴이었으나 그마저도 이달 들어선 판매량이 절반 이하로 뚝 끊긴 것으로 파악됐다.
일선 대리점들의 설명은 더욱 참혹하다. 서울 강남과 여의도 10여개 매장을 둘러본 결과 “찾는 손님조차 없다”며 다들 울상이었다. 한 대리점에서는 “갤럭시S3 17만원 대란이 있고 난 후 제값에 사려는 손님들은 하나도 없다”면서 “다들 보조금 투입 시기만을 문의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근 대리점 역시 “누가 제 돈 내고 구입하려고 하겠느냐”며 “버스폰이 되기만을 기다린다”고 전했다.
여기에다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노트2와 애플의 아이폰5 등 명가의 대형 기대작들이 잇따르면서 옵티머스G에 쏠렸던 관심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는 게 일선 판매점들의 설명이다. 충성도에서 아직
LG전자(066570)가 삼성이나 애플에 견주지 못할뿐더러 같은 가격이면 검증된 대작들을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LG전자가 구글과 처음으로 손을 잡고 내놓은 레퍼런스(기준)폰 넥서스4가 잇단 호평에 해외에서 품절사태를 겪는 등 돌풍을 일으키자, 이를 구입하지 못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반감이 더욱 커졌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해외구매대행을 이용하는데다 최근엔 웃돈까지 붙으며 경쟁에 불이 붙었다.
이는 결국 하반기 메인을 담당할 옵티머스G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다. 제조사와 통신사 간의 이해가 복잡하게 맞물리면서 넥서스4의 국내 출시가 끝내 좌절되자, 오히려 역풍에 처한 것이다. 관련기사 댓글엔 고가의 스마트폰 판매에 치중하기 위해 넥서스4의 진입을 막은 제조사와 통신사에 대한 비판들이 줄을 잇기도 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보조금이 사라지면서 시장 자체가 죽었다”며 “제품이 아무리 잘 나와도 때를 잘못 만나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판매량은 솔직히 기대에 못 미치지만 평가는 정말 좋다”며 “완성도를 보인 만큼 시장 상황만 괜찮아진다면 (판매량 또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달 들어 LG전자 내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옵티머스G에 대한 대외적 언급이 크게 줄어들었다. 국내 판매량에 대한 집계도 보도자료 한번 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출시 전부터 ‘회장님폰’으로 불린 부담이 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더욱이 구본무 회장이 성과주의를 연일 강조하며 고강도의 채찍을 꺼내든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책임문제도 곧 불거질 분위기다. 마케팅과 전략의 실패라는 자성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어서, 연말 인사에서 태풍으로 비화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한다.
그룹 전체의 역량이 총결집된 옵티머스G가 역으로 그룹 전체를 옥죄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