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대선을 앞두고 금융당국 수장들이 대외활동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경제 정책과 관련해 주도적으로 금융당국의 입장을 밝혀 온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들어 말을 아끼고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반면,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책 방향을 쏟아내며 소통을 강화하는 등 대조를 이뤘다.
18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권 원장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럽출장을 가게 됐다"며 출장 목적과 이유를 소개했다.
권 원장은 "한창 유럽위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그 쪽(스페인·이태리·독일) 금융당국은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한 점을 직접 묻고 싶고, (금융위기는) 남의 일이 아니고 우리의 미래에도 닥칠 수 있는 일이므로 타산지석으로 삼기 위해 (출장을 떠난다)"라며 출장 계획을 설명했다.
앞서 지난 4일에는 '가계부채 연착륙 유도'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금융 영역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취약 계층에 대해선 결국 재정에서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해 흡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또 "앞으로 가계부채 문제 해결 과정에서 결국 재정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보편적 복지보다는 가계부채 해결 능력이 취약한 저소득, 저신용 계층을 중심으로 사회안전망을 확대해야 한다"는 소신 발언을 피력했다.
본격적인 페이스북 활동을 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권 원장이 이 같이 대중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이유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앞두고 금감원의 활발한 행보를 알리며 금융당국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홍보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권 원장은 지난 10일 출입기자들과의 산행 중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고 여론을 파악하고 있어 금감원도 긍정적인 기사가 노출되도록 온라인 홍보 강화에 나섰다"고 말했다.
특히 금감원은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공개되고 금감원 분리 목소리가 높아지자 임원들까지 가세해 출입기자들과 소통 강화에 나섰다.
부원장 및 부원장보 등 임원들이 매주 돌아가며 기자실을 방문해 금융현황 및 감독방향 설명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반면 김석동 위원장은 이달 초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해 "금융행정체계를 바꾸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이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 활동은 지난달 29일 열린 세미나에 대한 짤막한 소감을 밝힌 글이 마지막이었다. 권 원장보다 먼저 페이스북에 가입해 활발히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던 그간의 활동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요즘 언론과의 인터뷰도 자제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개인적인 생각이 파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들도 대선은 물론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발언을 피하고 있다.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직의 성격상 공무원 조직인 금융위는 대선 이후 조직의 변화가 생겨도 직을 수행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만큼 굳이 현 시점에서 조직을 드러낼 필요가 없지만 민간 조직인 금감원은 그 필요성을 인정받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며 "다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 금융당국 수장들 중 누가 웃게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