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증권업계, 좀 더 큰 그림을 그리자

입력 : 2012-11-19 오후 4:00:00
증권시장의 한파가 계속되면서 업계도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지점을 통폐합하고 임직원수를 줄여 비용을 조금이나마 아껴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증권업계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에 비해 1000명 이상 줄었고, 증권사 지점 수도 100개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국내외 경제는 단기간에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지 않고, 증권 경기의 반등도 기대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내년 경기가 ‘L자형’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기 급락 이후 저조한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증권시장의 환경도 이미 빠르게 변하고 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객장의 필요성이 사라진 지 오래다. 온라인 플랫폼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투자자들을 위해 임대료가 많이 드는 객장을 굳이 운영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증권사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다.
 
수수료 인하경쟁과 금융당국의 저가정책으로 업계의 수익성은 날로 저하되고 있다. 브로커리지 위주의 사업모델에서 벗어나고자 투자은행(IB) 등 새로운 영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사정이 녹록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이런 와중에도 시장에는 플레이어들이 여전히 넘친다. 협소한 국내 시장에 증권사가 너무 많다. 단지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차별성을 찾기도 어렵다.
 
대형사와 소형사 너나 할 것 없이, 고객 뺏기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증권업 종사자들의 근무 환경은 악화되고, 이는 고객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
 
일시적인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절감 만으로, 증권업계가 앞으로 닥쳐올 거센 파고에 대처할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시장에는 서서히 매물이 나오고 있다. 주로 사모펀드가 소유한 증권사들이 매각 대상이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더 많은 증권사들이 새 주인 찾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증권사들의 매각이 업계 체질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단지 간판만 바뀌는 매각이라면 현재의 문제점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다.
 
매각을 계기로 획기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모두가 다 하는 비즈니스는 과감히 탈피하고, 남들이 하지 않는 영역을 찾아야 한다.
 
기존 증권사들도 마찬가지다. 무한 경쟁에 더 이상 휘말릴 것이 아니라 좀더 특화된 영역을 발굴해 전문 증권사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덩치가 작은 신생 증권사일수록 변화가 절실하면서도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좀더 조직을 유연하게 변화시키고 불요불급한 비용은 과감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한때 논의됐던 중소 증권사 리서치센터 통합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비슷한 위치의 지점을 한 곳으로 통합해 공동 사용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함께 개발하는 방안은 어떨까.
 
분명 지금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위기 상황이다. 하지만 위기는 혁신을 이끌어내는 때이기도 하다. 증권업계가 전통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다는 각오로 변화의 시기를 열기를 기대해 본다.
 
손정협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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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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