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 기자] 앵커 : 오늘이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 IMF로부터 긴급 구제금융을 신청한지 정확히 15년째 되는 날이라고 합니다. 15년 사이 선진국 진입을 바라보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면서 외환위기를 빠르게 극복한 좋은 사례로 국제사회에서 찬사를 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양극화가 심해지고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IMF 구제금융 15년의 역사와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봤습니다. 경제부 이상원 기자 나왔습니다.
앵커 : 이 기자 오늘이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지 꼬박 15년이 지난 날이라구요?
기자 : 네. 우리가 IMF에 손을 벌린지 오늘로 딱 15년이 됩니다. 88 서울올림픽 이후 고도성장을 해 온 우리나라는 기업들이 무리한 차입을 통해 몸집불리기에 나서고, 은행은 갚을 능력을 따져보지 않고 돈을 빌려주면서 환의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해외여행과 사치품 소비가 급증하는 등 분수에 맞지 않게 샴페인을 일찍 터뜨린 것도 외환위기를 부채질 했습니다.
결국 1997년 11월 21일 우리나라는 이른바 '경제신탁통치'를 받아들이는 대신 구제금융을 얻어쓰는 굴욕을 경험하기에 이릅니다.
이후 20세기판 국채보상운동으로 불렸던 '금모으기 운동'부터,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는 '아나바다'운동까지 국민들이 티끌모아 외환위기 극복에 동참했습니다. 부실기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눈물의 퇴직자들이 쏟아지는 고통도 있었지만, 결국 2년만에 구제금융에서 졸업하는 성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앵커 : 얘기를 듣고보니 참 기억이 새록새록하는데요. 그런 각고의 노력 끝에 지금의 경제성장까지 이루게 됐는데, 문제는 성장 이면에 숨겨져 있다죠?
기자 : 네. 나라와 기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강해졌지만, 상대적으로 약자인 서민의 삶은 더 팍팍해졌습니다. 국민소득 2만달러와 무역 1조달러라는 기록이 보여주듯이 겉보기에 전체 경제는 덩치가 커졌는데요. 금도 모아주고, 아껴쓰고 나눠썼던 국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1997년 이후 국내 10대 대기업들의 총 영업이익은 15년만인 지난해 무려 318.2%나 급증한 47조원에 달했습니다. 또 매출액은 15년만에 6배에 가까운 625조원으로, 총자산은 4.5배로 늘어난 613조원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가계경제의 중심역할을 하는 중산층의 비중은 크게 줄었습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997년 전체가구의 74.1%였던 중산층은 2011년 67.7%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대신 고소득층은 17.8%에서 19.9%로, 저소득층은 8.1%에서 12.4%로 늘어나 모래시계 구조가 심화됐습니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1997년 0.264에서 2011년 0.313으로 높아졌습니다.
앵커 : 어떻게 보면 기업과 금융사들의 방만함으로 야기된 외환위기를 금모으기 등으로 서민들이 살려놓고도 그 혜택은 또 기업들이 가져간 듯한 불공평함이 보이는 군요. 문제는 또 앞으로인데 녹녹치 않다구요?
기자 : 그렇습니다. 결국 성장과 분배가 잘 이뤄지는 것이 필요한데 성장도 없고 분배도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마이너스 5.7%라는 최악을 기록했다가 이듬해인 1999년에는 10.7%로 반등한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최근 유로존 위기로 성장률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고 앞으로의 성장잠재력도 크게 떨여져 있는 상황입니다.
2008년 2.3%, 2009년 0.3% 성장에 이어 올해도 3% 성장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고, 향후 수년간 한국경제가 3%대 이하의 저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기관들의 전망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앵커 : 저성장이 계속되면 지금 우리 경제의 핵심과제인 가계부채나 부동산, 양극화 등의 문제 해결도 쉽지 않을텐데요.
기자 : 네. 가계부채의 경우 이미 우리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꼽힐정도로 해결책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외환위기 때 183조원에 불과했던 가계부채는 지난해 911조원으로 불어났고, 올해는 실질적으로 1000조원이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저성장에 기업들의 투자도 줄고 있고, 소비심리도 위축되어 있는데요.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민간소비 명목증가율은 2.5%에 그칠 전망입니다. 이는 1998년 마이너스 7.1% 이후 최저수준입니다.
앵커 : IMF 극복한지 15년이 됐지만 여전히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차기 정부의 짐이 더욱 무거워 보입니다. 이 기자 오늘 말씀 잘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