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16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를 통과한 유통산업발전법을 두고 이해당사자 간 대립이 첨예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색다른 조사결과를 내놔 이목을 끈다.
전경련은 22일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26.2%가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설 현대화 지원'을 꼽았다고 밝혔다.
반면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강화'는 단 3.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이를 토대로 국민들이 재래시장의 자생력을 향상시킬 정책이 더 시급하게 여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표=전경련
전경련은 또 대형마트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대형마트의 휴무시 대처 방식에 대한 질문에는 '재래시장이나 소형슈퍼마켓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25.0%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실제로는 하나로클럽 등 대기업이 운영하지 않는 중대형 슈퍼마켓을 이용(30.3%)하거나 다른 날 대형마트를 이용(19.5%)한다는 응답이 많았다는 것이다. 전경련 측은 "구매를 포기한다는 응답이 17.6%에 달했다"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소비를 증발시켜 내수침체를 가속화시킬 우려도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형마트 강제 휴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소비자'라는 응답이 22.0%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대형마트 종업원'(13.3%), '입점업체'(11.8%), '납품농민'(11.4%)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대형마트 강제 휴무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작용을 고려해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57.3%로 가장 많았고, '확대시행해야 한다'는 응답은 33.9%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경련은 특히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해외에서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관련 규제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전경련 측은 "미국은 영업규제가 전혀 없고, 일본은 있던 규제마저 2000년에 폐지했다"면서 "중소소매점 보호를 위해 영업시간을 규제했던 일본은 소비자 불편이 커지고, 규제가 오히려 중소소매점의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비판 등으로 12년 전에 폐지했다"고 말했다.
또 유럽 일부에서 시행중인 규제는 재래시장 보호가 아니라 근로자 보호를 목적으로 대형마트 뿐 아니라 모든 소매점을 대상으로 영업규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또 "동반성장위원회 내에서 이미 규제가 시행 중인 업종에 대해서는 이중규제 방지를 위해 적합업종 지정을 제외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중, 삼중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대형마트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적합업종 지정까지 논의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전경련은 지난 21일 대형마트 7개사, SSM(기업형슈퍼마켓) 5개사를 대상으로 규제로 인한 피해규모를 조사한 결과, 월 의무휴업 3일에 오전 10시에서 오후 10시까지 영업 제한이 시행될 경우 납품 농어민 1조6545억원, 납품 중소기업 3조1329억원, 영세 입점업체 5496억원 등 총 5조3370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집계했다.
이에 전경련은 "재래시장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규제 강화가 오히려 또다른 사회적 약자들의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규제의 적정성에 대해 심각하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