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중국 증시가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20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지난 2009년 1월 이후 4년만이다.
28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보다 13.73포인트(0.69%) 하락한 1977.43으로 오전장을 마쳤다.
전일 1.30% 내린 1991.17로 거래를 마치며 4년만의 최저점으로 떨어진 후 부진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과 21일에도 장중 한때 2000선 아래를 맴돌긴 했으나 모두 반등에 성공했다. 지급준비율 인하 등 경기 부양과 관련된 루머와 기관의 매수세가 증시 하단을 지지했던 영향이다.
이로써 중국 증시는 처음으로 2000포인트를 돌파했던 2000년 7월의 수준으로 돌아가게 됐다. 2007년 10월 6092.06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 없이 초라한 상황이다.
◇4분기 경기 회복 조짐..증시는 여전히 겨울
중국 증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최고점이었던 2009년 8월 이후 지금까지 42% 떨어졌다. 올해에만 10%의 부가 사라지며 3년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난 9월 이후 제조업을 비롯한 경제지표가 개선되며 경기의 회복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증시에는 이 같은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물류구매연합회(CFLP)가 집계하는 지난달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2를 기록하며 3개월만에 확장 국면에 재진입했다. 오는 1일 발표 예정인 이달의 지표도 50.8로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HSBC의 이번달 제조업 PMI 역시 50.4로 13개월만에 기준선을 상회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더욱 확고히 했다.
지난달 산업생산이 전년 동기대비 9.6% 증가하며 두 달 연속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타나고 제조업체 순익이 20.5% 급증하는 등 경제지표는 곳곳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반면 지난 15일 시진핑·리커창으로 대표되는 제5세대 지도부가 출범하며 정치적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경기부양책 발표는 뒤따르지 않아 지수는 1.5%나 하락했다.
여기에 기업공개(IPO)를 앞둔 기업이 800여개에 달하고 보호예수기간이 종료되는 주식 물량이 많은 점도 수급불균형에 대한 우려를 높이며 지수 상승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당분간 약세장 지속..3월 이후 반등 전망"
다수의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의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증권관리감독위원회(CSRC)는 주식 거래세를 인하하고 상장기업들에게 보다 많은 배당을 권유하는 등 주식 시장 부흥을 위한 각종 방안들을 발표했지만 위축된 투자 심리를 회복시키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의 개인투자자들이 이미 70%의 자산을 잃었기 때문에 당국의 각종 개혁 방안과 소득증대, 첨단산업 육성 등의 정책에도 반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링 상하이리버펀드운용 펀드매니저는 "증권 당국이 투자 활성화 조치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지만 투자 심리는 좀 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왕정 쟝시투자운용 최고투자담당자(CIO)도 "당국의 조치들은 투자자들을 시장으로 돌아오게 하기 충분하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장기 성장 전망에 대해 불확실성을 갖고 있다"며 "주가는 더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하오 중국교통은행 리서치 담당자 역시 "지수가 2000선 아래로 떨어진 후 투자자들은 다음 지지선을 탐색하고 있다"며 "지금보다 5~10% 낮은 지점에서 형성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증시의 반등 시점을 정권 교체가 완료되는 내년 3월로 예측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총서기가 국가주석 직위를 물려받은 후 경제 활성화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정책 수혜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웨이웨이 웨스트차이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부양책이 필요하다"며 "증시는 앞으로 10% 추가 하락한 후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내년 1분기부터 안정적인 상승흐름을 보이게 될 것"이라며 "중국 지도부의 교체와 미국 경제 회복이 호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